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미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꿈은 미술품 옥션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며 소더비 같은 곳을 드나드는 것이었다. 그는 현대미술의 거래를 직접 보고 싶어했다. 눈을 반짝이며 말하던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던 당시, 나는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여전히 내게 강렬하게 남아있지만, 보지 않을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 보고 싶지 않은 미술품 거래의 현장은 그때에나 지금이나 불편을 주는 대상이다. 친구가 사랑한 미술 옥션의 모습은 '오늘의 예술'과 '예술의 값어치'가 매겨지는 숨 막히는 순간이었지만, 내게 그것은 가장 순수한 내면의 가치를 가장 속물적인 화폐로 전락시키는 일처럼 느껴졌다.

미술사와 사회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 세라 손튼은 7일 간의 미술계 탐방을 저널리즘으로 기록해 이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2007년의 6월에 이루어진 7일 간의 기록은 매일 1군데 씩, 총 7군데의 현대미술과 관련 깊은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그 시작이 바로 나와 내 친구의 극명한 호불호를 가져다 준 옥션 현장이다. 그녀가 방문한 곳은 뉴욕의 크리스티 옥션. 이미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일반인들과 뚜렷하게 분리된 사회적 계급을 보여주는데, 이 안에서도 지정된 좌석과 경매 진행단계에서 세밀하고도 명백하게 계급의 재배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기에서 작가와 그의 작품은 낙찰가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는데, 이는 결국 집도 차도 요트도 잔뜩 샀는데 그래도 돈이 남는 재벌과 능력이 되는 컬렉터 몇몇의 취향을 비롯한 각종 필요에 따라 예술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세라 손튼의 기록에 따르면, 거의 동일한 논리가 아트페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통해 스트리트 아트의 거장 뱅크시는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현대미술의 상업화로 인한 제도권 예술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을 그는 아주 유쾌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현대미술의 대안이 아닌, 스트리트 아트와 제도권 아래의 아트가 분리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백한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세라 손튼은 제도권 아래에서 현대미술의 일부분을 이끌어가고 있는, 또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다양하게 조명해 대안을 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뱅크시처럼 현대미술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제도권 안에서도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예술의 가치를 그 자체로 존중하고 고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치밀한 계획과 계산으로 이루어지는 거액의 미술품 거래가 현대미술의 생리를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조금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존재할 수는 없을까. 정말 예술을 아끼는 영향력 있는 이들이 무언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인터뷰와 여러 현장 기록들은 뿌옇지만 그래도 희망적이다.

이제는 옥션에서 기록적인 가격을 경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의 이름이 일간지 1면을 장식하는 시대가 됐다. (30쪽)

사람들은 처음에는 미술이 좋아서 여기 옥션 현장을 찾았겠지만, 이내 작품의 상업적 달러 가치가 작품의 다른 의미들까지 학살해 버리는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놀라게 될 것이다. (81쪽)

작가들은 종종 자신이 만든 창작품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해석과 다양한 관점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의식적으로 판단 가능한 수준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102쪽)

그녀(론다 리버먼)는 정직한 비평은 작품에 문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