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책은 어릴 적 엄마의 책장에서 꺼내 읽다 만 <괴물>이 전부. 수년간 예능 프로그램과 각종 광고를 통해 보아온 이미지 덕에 괴짜 노인으로 생각하게 됐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작가는 아닌 것 같다고 잠정적 결론을 내렸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노출된 사회적 인간이기에 원하지 않아도 반강제로 접하게 되는 그의 SNS 활동 때문에 공지영과 같은 부류로 생각하게 됐다. 그의 멘션에서 드러나는 생각들이 공지영과 같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비슷한 사회적 신분에서 비슷한 행위를 재미로 삼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다.

 

 

굳이 요약하자면, 별로 호감가진 않는 노작가로 이외수를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어떠어떠한 작가라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전제 되어야 맞을텐데, 지금까지는 언급했던 엄마의 책과 '존버정신' 등 SNS에서 공유되는 그의 책 속 글귀 몇 개를 보았을 뿐이기 때문에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사랑외전>을 읽은 지금은 최소한 그를 어떠한 작가인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은 갖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역시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됐다.

 

 

SNS 때문에 짧고 쉬운 글을 통해 생각을 전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방송에서 그가 말하는 것을 보아도 그는 세련되고 깊이 있는 것보다는 날것의 느낌이 강한 유행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예전의 그의 글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의 글은 내게 너무 가볍고 감동을 주지 못한다.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문학에 비속어와 유행어를 채워 넣는 것 또한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방증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패스트푸드 같은 글이 불편하다. 할머니들의 수다 속에서 만나는 비속어가 구수한 이유는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작가의 글은 다듬어진 것이 분명하기에 같은 정감을 주기는 어려운 것 같다. 경력이 상당한 작가이기에 그 와중에 마음에 살짝 닿는 몇 구절이 있기는 했지만, 분량에 비해 결코 많지는 않았다. 함께 곁들여진 단아한 그림들만 시선을 끌 뿐.

 

 

 

의심하는 일에는 머리를 쓰고 깨닫는 일에는 가슴을 씁니다. 날이 갈수록 의심이 커지면 날이 갈수록 감동이 줄어듭니다. 모든 깨달음은 감동을 수반하지요. 하지만 머리로는 절대로 감동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그대의 마음을 활짝 열어두시기를. (51쪽)

 

 

한 번 속는 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 때문이고 두 번 속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며 세 번 속는 것은 판단력이 신통치 못한 뇌를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78쪽)

 

 

타인을 비방할 건더기를 발견하고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되지 말고 타인을 칭찬할 건더기를 발견하고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되십시오. 수많은 장애물이 저절로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170쪽)

 

 

인생은 창조다. 그래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239쪽)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사랑입니다. 그중에서도 그대가 가장 눈물겨운 사랑입니다. (2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