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알면 알수록 신을 믿게 된다는 과학자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건 자신의 무지를 변명 내지 임시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과학은 인간이 발견한 것이고, 종교는 인간이 발명한 것이라고 여기는 내게 신을 믿는 과학자가 있다는 사실은 종교적 기적 만큼이나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과학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거나 이성이 감성 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극단적인 견해를 갖고 있진 않다. 내가 과학을 좋아하는 건 우주와 생물에 관한 과학적 설명들 때문이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공간과 시간의 이치를 떠올릴 때면 당장 내가 처한 개인의 문제는 먼지보다도 작은 것으로 여겨지기에, 물론 내 삶은 한낱 개인의 삶이지만 그것을 헤쳐갈 힘이 생기곤 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내게 이런 의미에서의 힘을 준다. 우리가 처한 현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져 흘러가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가 설명하는 현실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초현실의 영역이라고 일컬어지는 마법이 현실을 수식하고 있는 제목과 같이, 리처드 도킨스가 알려주는 현실은 알면 알수록 마법보다 '마법' 같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가 말하는 '마법'은 경이로움을 빗대어 말하는 뜻이며, 나는 그의 표현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동화나 판타지 영화 속의 마법을 보는 것도 아름다움을 형언하기 어렵지만, 현실의 이치를 이해하게 될 때 현실에 대한 경탄에 비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놀랍다고 여긴 일이 사실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몇 배로 더 놀라게 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평균적으로는 청소년 교과서와 교양 다큐멘터리에서 제공될 만한 수준의 정보이지만, 어떤 것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또 어떤 것은 곱씹어 읽어야 할 정도로 낯설기도 하다. 그의 익살스럽고 평이한 설명이 데이브 애킨의 절묘한 일러스트와 만나 아이들도 읽을 수 있게끔 쓰여졌기 때문에 과학도서라는 점에 부담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사람들이 과학적 현실에 대해 믿어온 신화나 설화, 미신 등을 각 장마다 소개하고 있는 부분을 읽는 것도 이 책의 묘미일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명쾌한 설명과 극명하게 대조됨으로써 읽는 이에게 과학적 사고를 심어주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부터 주변의 친구들은 물론 선배들까지 손에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우선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자꾸 현혹되고 무의미한 집착을 할 때가 많은 나 자신에게 여러 번 읽혀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지만, 경전에 담긴 정보는 처음 그런 이야기를 시작한 원시인들이 알았던 정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말로 전지의 신이 그런 '성스러운 책'들을 썼다면, 또는 불러주었다면, 또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 쓰도록 만들었다면, 이처럼 중요하고 유용한 일들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안았다는 것이 참 이상하지 않은가? (95쪽)

 

 

초신성은 평범한 별과는 달리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 가령 납이나 우라늄을 만들어낸다. 장대한 초신성 폭발은 원래의 별과 초신성 속에서 만들어진 온갖 원소를 우주공간에 멀리 퍼뜨린다. 그중에는 생명에 필수적인 것들도 있다. 무거운 원소들을 잔뜩 지닌 먼지구름은 결국 별의 주기를 다시 밟기 시작해, 새로운 별과 행성으로 응축될 것이다. 지구의 물질들은 바로 그렇게 생겨났다. 탄소, 질소, 산소 등이 지구에 존재하는 것은 그 덕분이다. 그런 원소들은 까마득한 과거에 우주를 밝혔던 초신성이 남긴 먼지에서 왔다.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라는 시적 표현 그대로다. (131쪽)

 

 

왜 은하의 수준에서만 우주공간이 팽창하는 것으로 보일까? 왜 같은 은하 내의 별들은 서로 멀어지지 않을까? 왜 당신과 나는 멀어지지 않을까? 같은 은하 내의 구성물질처럼 서로 가깝게 뭉친 것들은 이웃한 물체들의 중력을 세게 느끼기 때문이다. 중력이 그것들을 한데 묶어둔다. 반면 서로 멀리 떨어진 물체들은, 가령 다른 은하들끼리는 팽창하는 우주에 의해 서로 후퇴한다. (180쪽)

 

 

우주는 마음이 없다. 감정도 인격도 없다. 그러므로 당신을 해치거나 기쁘게 하려고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 나쁜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관점에서 나쁘냐 좋으냐는 그 일이 벌어질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악행이 응보를 받고 선행이 보답을 받는다고 생각하기를 선호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주는 사람들의 선호에 개의치 않는다. (238쪽)

 

 

우리가 이상한 일을 보고서 틀림없이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포기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2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