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성취를 추구하고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류학자 알프레드 존스. 그의 옆에는 보다 더 야무지고 연봉도 높은 금융인 아내가 메리 있다. 존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며 살아온 듯 보이지만, 그를 가만히 보면 일부터 결혼 생활까지 자신의 일에 관한 작은 것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정부와 아내에게 휘둘린다. 존스의 의존적인 성향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애착을 가져왔다고 할 만한 연어에 관련된 중대 프로젝트, 예멘의 수로에 연어를 옮기는 일명 '연어 프로젝트'에 존스가 반강제적으로 투입되면서 두드러진다.

회귀성 어류인 연어를 사람이 사막 위에 놓은 물길에 옮긴다는 것, 그리고 그 연어를 낚시질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미친 짓'이다. 일반인의 눈에도 답답한 일을 일류 어류학자에게는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일까. 하지만 존스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뿐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아하면서도, 연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실패할 것이 뻔하니 평판이 안 좋아질 것이며 그것이 자신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의 결혼 생활에까지 적신호를 켤 것이라고 말하는 아내 메리를 극복한 것은 아니다. 거절할 경우 실직자가 될 지경에 놓이자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메리의 말에 다시 한 번 끌려갔을 뿐이다.

메리의 말을 들었고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존스는 평화로워지지 않았다. 그는 절정에 치달은 휘둘림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조금씩 눈치 채기 시작한다. 자신이 열정을 쏟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삶의 요소가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현재 자신의 삶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 자신과는 다른 스타일로 일하고 자기 아내와도 다른 스타일로 사랑을 하는 해리엇을 만나며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도 엿보게 된다.

많은 일들이 존스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주지만, 그를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게끔 도운 것은 예멘의 족장이다. 불확실한 믿음 보다는 과학을 따르고, 믿음을 위해서는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온 존스에게 족장은 믿음을 지닐 필요를 강조한다. 족장은 믿음은 사랑보다도 앞선다고 말하며, 불가능한 일일 수록 믿음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하지만 믿음은 타인이 아닌 믿는 사람만이 좌우할 수 있는 것이기에, 존스는 연어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며 스스로 배워나간다. 성패 보다 중요한 믿음을, 불가능에 대한 믿음을, 삶에 대한 믿음을.

영국인들과는 코드가 다른지 홍보 중인 것처럼 아주 유머러스하단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사회와 정치를 향한 풍자가 불편 없이 깔려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몇몇 성장 소설이 보여주는 억지스러움이 없어 더 쉽게 감동받을 수 있었다. 나처럼 주체성을 잃고 지독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거나 믿음을 의심하는 사람이라면, 존스가 믿음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함께 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말하면 <개같은 내인생>, <초콜렛>으로 유명한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이라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디테일한 풍자를 영화에서 담아낼 거라고 기대하진 않지만 터번을 쓴 사람들이 낚싯대를 잡고 수로에서 연어가 튀어 오르는 장면은 영화에서 더 감격스러울 것 같다. 게다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고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열연을 펼친다니 몰입도가 엄청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