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첫 회식 자리에서 <어벤져스> 두 번 본 자랑을 하고, 제대로 덕 스펙을 갖추기 위해 만화로도 보고 싶은데 영화의 비주얼을 좋아하는 거라서 매치가 안 될까봐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말을 내뱉었었다.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첫 인상으로 딱히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 같지도 않겠다 싶어서 나중에 조금 후회를 했다. 그리고 열흘 즈음 지난 어제, 이사님이 마블코믹스 세 권을 빌려주셨다. 이미 이틀 동안 오가는 지하철에서 양 옆의 양복쟁이 아저씨들 혹은 오빠들 혹은..... 친구들-_-;?의 어쩐지 확실히 느껴지는 시선을 받으며 싸그리 읽었다. 그 중 먼저 본 것이 <시크릿 워>다.

 

 

기존에 이미 낱장의 그림들로 봐왔기 때문에 내가 좋아한 영화 속 이미지들과 꽤 차이가 날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했다. 그냥 예상이라기 보다는 걱정이었지만 말이다. 확실히 영화만큼 애정을 갖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캐릭터에 푹 빠진 덕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는 영화와는 다른 원작의 캐릭터를 만나는 설렘과 영화에서는 겉핥기식으로밖에 다루지 못한 캐릭터들의 스펙을 확인하는 만족스러움이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닉 퓨리의 파일이 반 정도의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데, 일목요연하게 캐릭터들의 정보가 정리되어 있어서 나같은 마블덕 스타터에게 무척 유용하다.

 

 

하지만 그런 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으로서의 시작점으로 시크릿 워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상황 전개만으로도 정신이 꽤 없기 때문이다. 사건 또한 시작부터 끝까지 캐릭터들의 멘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같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관련된 마블 영화를 다 보거나 견고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만 얼추 이해해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설정이니까 말이다. 특히 울버린의 분노가 두고두고 생각나서 밤길이 무서웠다고 말하면.... 나는 만화로도 마블덕의 은총을 받게 된 건가. 하암.

 

시크릿워, 마블코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