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각형의 책. 예술의 혼이 물씬 느껴지는 (!) 격한 파란색의 줄들이 난무하는 마치 낙서같기도 하고, 예술 작품 같기도 한 표지그림에서

역시 미술 관련 책은 이런 독특함이 꼭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과 스케치의 접목은 몇년 전에 유럽여행을 준비할 때 서점에서 빌린 한 일본 미술작가의  이탈리아 스케치 기행책을 읽으면서 완전 반하게 됐던 주제이다.

여행하면서 눈으로 찍고 사진으로 남겨도 천천히 관찰하면서 그 곳의 바람과 향기와 소리를 들으면서 그림으로 남긴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추억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대대로 남길 소중한 여행자산이 되지 않겠는가 싶다.

전제는 그림을 좀 그릴 줄 안다면.. 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런 재능과 재주가 없어서 있는 사람들의 이런 책들로 위안을 삼으며 대리 만족을 한다.

 

책의 삽화들은 모두 소소한 여행에서 깨달은 경험들과 느낌들을 살려 그린 스케치와 그때 그때 적은 잘막한 메모와 함께 실려있다.

내용은 여행에 대한 작가의 생각 또 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 그리고 각 여행지와 여행에서 있었던 일 뿐만아니라, 어떻게 스케치를 했는지에 관한 설명이나 방법등도 자세히 나와있다.

작가가 그린 그림 중에는 독특한 그림들도 많이 있다. 미술 전공이다 보니 각 스케치는 미술 작품을 보는듯하다. 대부분이 연필로 스케치했지만, 또 다양하게도 수성사이펜, 물감, 색연필, 밤을 표현할 때 유용한 검정도화지, 사진 조각, 나뭇잎, 지도, 시등의 재료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모든것을 들고 여행하다니 그림 한번 그린다면 뭔가 미술 준비를 쫙 하고 방이 더렵혀 지지 않게 만발의 준비를 끝내야 하는 나로써는 참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미술도구들을 사진으로 찍은걸 보기 전에는 .. 간단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도구들이 있구나 새삼 생각든다.

재료 뿐만아니라 소재 또한 다양하다. 여행이라면 멋있는 풍경, 건물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여행하면서 만난 또는 지나친 사람들, 동물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익숙한 풍경, 버스 등 친근하다 못해 우리 동네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멋있는 풍경 또한 많이 있다.

 

나에게 여행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비행기 티켓을 끊고, 멀리 떠나서 되도록 많은 관광지를 보고 그곳의 특산품을 먹고, 유명한 레포츠를 즐기고 오는 것을 뜻했었다. 그러나, 매번가던 곳에서 벗어나 다른 낯선 길로 가는 것도 여행이라 말하는 저자를 보면서, 여행의 또 다른 의미를 안 것 같다.

작가가 그린 작업실의 모습, 버스, 원고지에 그린 골목길의 전기줄 등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었다.

 

이책은 작가가 수년간 여행하며 스케치한 것들이란 것을 또 그 시간만큼 얼마나 공들여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곳곳에 작가가 특정한 곳을 여행하며 그린 그림을 소책자 보듯 수록되어 있는데 그 그림들을 따라 나도 그 곳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작가가 그린 그림 사이즈 그대로 수록되어 있어 잘 만들어진 잡지책을 보는 듯도 하다.

단순하게 이 작가처럼 배낭하나 들쳐메고 낯설지만 멀지않은 우리네 동네를 훌쩍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