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글속에서 우리 이웃의 따뜻함 뿐만 아니라 숨겨진 잔인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보며 정의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 이익만을 따지는 세계의 정치적 상황에 끔찍한 소름이 돋기도 한다. 온갖 우아한 척, 따스한 척은 다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비열함으로 오히려 힘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고, 고통을 준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예수는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도 내밀어라’고 말했다. 정말로 비폭력만이 폭력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일까? 억압받고 있는 자에게 관용과 인내, 용서는 또 다른 짐처럼 느껴질 뿐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의 죽음으로 역사는 바뀌었지만 인간은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있다. 그 누가 감히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는가.” -p243

 


“나이 든 여자는 슬프다. 너무 아름다워 서글프다. 산다는 것이 어쩜 이리도 힘든 것인가. 소망은 왜 이리도 쓸쓸하게 늘어지는가. 저 할머니도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육체를 뽐내며 싱싱한 젊음을 노래했겠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화창한 그녀만의 계정을 꿈꾸었겠지. 그때 꾸었던 꿈과 사랑 모두 지금 그녀의 따뜻한 이불 속에 함께 있길 바란다. 맨 끝까지 짜낸 손가락으로 빛바랜 실을 꼬며 아픈 허리를 두드리다 눕는 무거운 저녁이 아니길 바란다. 내려않은 탁한 돌계단을 오르며 앓는 다리를 이끌어다 하루를 마감하는 그런 힘겨운 저녁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298-299

우리의 삶은 태어난 순간부터 황혼을 향해 걷게 된다. 그게 어떤 삶이든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가지고 인생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삶의 무게를 이겨내려고 걷고 걸어도 언제나 항상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은 어느 할머니와 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이 가슴에 안탁까움으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을 보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들이 내가 이미 친숙했던 나라인 듯 가깝게 다가왔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의 여행정보는 실제 여행을 할 때도 굉장히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정말 바람구두를 신고 훌쩍 떠나게 될 것 같은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