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잔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책장이 아쉬워 천천히 읽어내려야만 했던 이야기...
<책만 보는 바보>는 그만큼 많은 인상을 주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18세기 조선의 격변기를 살았던 실학자 이덕무의 삶을 보여준다.
학자로서의 업적만이 아니라 그의 진솔한 삶을 보여주었기에 책읽기를 마치고 더 많은 여운과 아쉬움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시대 서자로 태어나 관직에 나아갈 수도... 그렇다고 노동을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신분으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반쪽에 흐르는 양반의 피에 분노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절망뿐이었다.
“태어났으되 쓰일 곳이 없다“ 는 그의 말은 암울했던 조선시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무게에서 늘 허우적대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책은 그에게는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탈구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가만 놓아주지 않는다.
그의 삶에 가난은 늘 어두운 그의 삶처럼 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처참한 현실... 벗어날 수도 없는 현실은 그에게 절망만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함께 나눈 벗들이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

“신분의 굴레가 있는 현실 속에서 나와 같은 서자들은 변두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일생을 놓고 보면 누가 중심이고 누가 변두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는 스스로가 중심인 것이다.”  - p159

조선말 성군으로 불리던 어쩌면 조선후기 가장 위대했던 왕이 지배했던 정조때의 삶을 산 서얼인 그와 그의 친구들은 드디어 기다리던 봄날을 맞이한다.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고 백성의 삶과 함께 할 수 있으며, 더 이상 가난이라는 그림자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는 길지 않았다.
옛 시절을 그리며 백탑의 찾던 이덕무의 안탁까운 죽음에 이어 정조가 49세의 이른 나이에 운명을 달리하게 되면서 결국 그들의 처지도 달라진다. 그들이 다시 이전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정당한 그들의 자리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약 60년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서얼허통- 철종(1851년))
이덕무와 그의 벗들의 안탁까운 죽음과 다시금 잃어버린 미래를 생각하며 씁쓸한 마지막장을 덮는다.

세상을 바꾸려 했던 그들..... 하지만 결국 다시금 뜻을 굽혀야 했던 그들의 모습에 안탁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이렇게나마 현재를 맞이 할 수 있었으리라...
지금 그들의 시대는 옛날이 되어버렸을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들의 발자취가 스며들어온다.
 “시간들 속에서 함께하는 벗이되리라“는 그의 말처럼 책속의 그와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