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930~50년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우선 일제의 치하에서 드디어 광복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다시금 이념대립으로 남과 북으로 갈라져야 했던 급박한 시대였다...
아마도 우리의 역사에서 가장 격렬하고도 급박했던 순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
박완서.... 그녀는 이 급박했던 시대를 직접 겪은 인물로 이글의 주인공으로써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글머리에서 그녀는 기억이라는 것이 각자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된 소설과 같다라는 말로 운을 떼어 놓는다.
결국 이것은 어린 날의 자신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소설작가로서 소설을 써 내려간 것인지 모호한 경계를 그어 놓았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박적골에서의 어린시절....
할아버지와 많은 친척들과의 추억과 순박했던 시골의 모습을 그려내며 스스로의 어린시절을 뒤돌아 보게한다.
나도 시골출신이라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과 들 지천으로 널린 자연을 만끽하며 생활하는 글속의 완서의 모습은 나의 어린시절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시절 들판이나 산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뱀딸기라며 따먹던 산딸기나 입술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는 산머루까지....나에게도 산은 어린 시절 많은 호기심을 채워주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없음을 현격하게 느끼며 왠지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 오는 느낌을 받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아마 이런 허전함이 완서가 서울로 이사해서 현저동에서 생활한 학창시절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이제 산딸기나 산머루를 쉽게 볼 수 없다...
거리를 가득 메우는 아스팔트와 시멘트 건물들만이 눈이 빼곡하게 들어올 뿐이다.
어린 완서가 서울생활에서 느끼는 답답함도 아마 이러한 느낌이었으리라....
 

그리고 광복.....후 다시 6.25전쟁을....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광복 이후부터는 그냥 우리의 평범했던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힘없는 서민들의 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광복 후 완서의 시골집은 친일을 했다는 이유로 동네청년들에 의해 일본에 대한 분풀이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온통 집안이 허물어지고 무너지게 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우리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긴 인사들은 버젓이 아무에게도 제재 받지 않고 그 후손들까지 대대손손 잘 살고 있지만....
결국 친일이라는 분노의 화살도 결국 또다시 힘이 없는 누군가에게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졌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념의 대립으로 결국 6.25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 또한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결국 그 안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피해자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지도 모른 체 죽어갔고 피난을 가는 것을 정하는 것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던 그들은 어쩌면 우리시대의 최고의 피해자다.
우울한 상황...
어느 것도 이루어 질 수 없는 암담한 분위기..
하지만 마지막 문구에
“조금밖에 없는 식량도 걱정이 안 됐다. 다닥다닥 붙은 빈 집들이 식량으로 보였다. 나는 벌써 빈 집을 털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었기 때문에 포도청도 겁나지 않았다.”
라는 말에 새로운 희망이 다시금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절망적인 순간이지만 결국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한 가닥의 희망이 무거운 마지막 이야기로 끝을 맺는 순간 한결 가볍게 책을 내려놓게 했다.

순전히 기억에만 의존하여 말해주는 이야기....
소풍날 꼭꼭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듯이 숨겨진 기억을 더듬어가며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녀의 이야기는 오늘날 현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도 많은 숨겨진 기억들을 끄집어냈다.
이미 기억의 저편에 숨겨져 있던 내 모습이 어느 순간 내 앞에서 나와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도 남은 희망으로 다시 앞으로의 이야기를 해나갈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