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진실보다 중요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할런 코벤의 책 <단 한 번의 시선> 속에서 주인공 그레이스가 느낀 것처럼 세상에는 필요한 진실과 정의 그리고 세상을 밝혀줄 백색 진실들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새하얗게 투명한 진실이... 정말 세상 사람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때하나 묻지 않은 적나라한 진실이?  어쩌면 흑색 진실보다, 백색... 그 선한 거짓말보다, 가끔은 정말 필요했던 진실이... 그토록 오매불망 원했던 진실이... 모두를 더 잔인함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이기에 선함과 진실을 원하고, 그것이 공정한 사회를 지탱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가끔은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극복하고, 결국은 다시 살아가는 원동력으로 삶고자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진실의 또 다른 단면인 것이다. 

  작가 소개란에도 잘 설명되어 있는 것처럼, 할런 코벤이라는 작가는 명실공히 스릴러계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많은 작품을 경험한 것도 아니고, <마이런 볼리타>라는 시리즈를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영원히 사라지다Gone For Good>, <결백The Innocent>, 그리고 지금 스탠드 얼론의 대표작 <단 한번의 시선>을 읽은 것만으로도 그의 타고난 재능은 의심할 여지를 남길 수 없을만큼 탁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치밀하고 짜여진 플롯과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평범한, 하지만 또 평범하지만은 않은 사람들의 캐릭터들까지... 작은 여러가지 사건들이 하나 둘 연결되어 점차 파괴적으로 연쇄폭발을 일으키듯 커져가는 사건들을 보며, 거기다 그 특유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최고의 능력까지... 정말 이렇게 잘 짜연진 롤러코스터 각본은 타고나지 않는다면 도저히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개인적인 지론이다.  하지만 너무도 명석한 두뇌가 가끔은 독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데, 타고난 재능이 너무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 재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대다수 일테지만...) 정해진 패턴, 정해진 글쓰기, 정해진 각본 위에 각기 다른 캐릭터들만 올려놓는 아쉬움들... 솔직히 이번 <단 한번의 시선>에서만큼은 비슷하지만 그런 느낌이 조금 덜어진 거 같아서 (일부러 좀 텀을 두고 본 것도 효과를 봤겠지만) 더욱 즐겁고 재밌게 읽었던 소설인 것 같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대단한 작가이고, 과히 롤러코스터에 페이지터닝에서만큼은 따라올 책이 없을만큼 스피디하다는 사실이다.  부가적으로 가볍지도 않으면서도, 또 너무 무겁지도 않은... 그만의 깊이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2,4%로의 아수움을 97.4%의 훌륭함으로 메워준다는 데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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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거꾸로 역주해보면... 바로 제목과 연결 시킬 수 있다.  Just One Look... 단 한 번의 시선. 
 그 시선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시작과 함께 남편을 제외한 알 수 없는 4명에 담긴 사진 한 장을 얻은 그레이스이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인물, 무고한 피해자이자 15년 전, 화재사건으로 제리 덩컨이라는 누나를 잃었던... 소설의 2면을 이끌어가고 있는 인물, 바로 스콧 덩컨이라는 사람이었다.  
 제리 덩컨은 왜 죽게 됐을까... 소설 속 모든 사건 중에서 가장 무고한 사람은 제리 덩컨이었다. 모든 사건들과 연관 없는 사람이자 순수했고 가장 순진했던, 그리고 때묻지 않은 아름다웠던 간직했던 단 한 사람... 그러나 그녀는 그런 진심이 도리어 죽음을 불러왔다. 15년 전, 대참사가 있기 전, 그 당시...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봤던 단 하나의 시선... 그것이 문제였다. 그녀의 사진 속 단 한 번의 시선이었을 뿐이었는데...
 제리 덩컨은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봤을 뿐이었고, 이후 사랑했던 남자의 아이를 가졌던 것 뿐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지미 엑스의 콘서트에도 가지 않았고, 그  어떤 사건에도 연루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봤다는 그 단 하나의 이유하나만으로 2개월 뒤, 무참히 살해당했다. (사고사로 위장한...)

 이 소설에 나온 모든 캐릭터 중에 무고한 사람은 단 한 명. 그녀 뿐이었다. 
 그녀만이 진심으로 사람을 바라봤고... 그녀만이 진심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그게 이유였다. 제리 덩컨의 남동생 스콧 덩컨을 분노케한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그는 이제 대참사 이후의 거대한 진실을 감추기 위한 첫번째 희생자를 위해서라도... 아무런 잘못도, 아무런 헤꼬지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누이의 무고함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 <단 한 번의 시선>이... 모든 참극의 시작과 끝이었다.

  그래서 할런 코벤은 그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사명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단한번의시선, 모중석스릴러, 최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