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짧은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자존감 강했던 배우 故장진영 씨의 이야기이자, 더 짧은 시간동안 그녀와 함께 보냈던 진영의 배우자 김영균 씨의 애틋하고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그리고 자선전이기도 하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우리는 행복한 게 무언인지 잊고 살 때가 많다. 돈이 행복을 부르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 있던지간에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의 짧고 강렬한 사랑을 돌아보면서 아직까지 세상은 살만하지 않은가라고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되묻고 있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단어가 넘쳐나는 무분별한 매체들 속에 그 의미가 퇴색되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 사랑을 실제로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세상엔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헌신하고, 누군가는 한 사람을 위해 열정을 쏟으며, 또 누군가는 그 사람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생을 사는 자가 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이 시대에 잊어버렸던 숭고한 사랑의 감정을 끝끝내 지켜 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영화같은 현실 속 진짜 배우였던 장진영 씨의 꿋꿋한 투병기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세상에 희망을 가져본다.

 이 소설을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을 말하자면, 투병기에 접어든 장진영씨의 모습보다는 늦은 나이에 찾은 진정한 사랑이 결실을 맺어가는 순간이 가장 애틋했다. 실제 당사자들에겐 그 투병기만큼 힘든 모습은 없다지만, 일반인들에겐 영화에서 봤던 처절한 모습들이 그대로 재현되는 거 같아 슬프기도 하지만 이미 짐작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는 부분은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결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처럼 결말을 모르고 인물을 따라가다보면 주인공의 감정선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릴테지만, 정말 슬픈 결말을 알고 있다는 전제가 놓여진다면, 그들 하나하나의 작은 행동들이 모두 슬퍼보일 때가 있다. 죽음이라는 결말을 알면서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그들의 삶이 너무나 안쓰럽고 애처롭다. 슬퍼질 껄 알면서 사랑하는 아무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들에게 그 진실된 결말을 이미 전해주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남편 분의 행동이 더욱 용기 있어 보이고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사랑.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일 수도 있다. 허나 힘든만큼 그것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행복이며, 어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그런 행복이 아니다. 한 평생 불같은 사랑을 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사랑, 울지 마요. 내가 많이 미안해요.

                     열심히 치료해서 꼭 나을게요.

                      내가 나중에 꼭 행복하게 해줄게요.

                           2008년 8월 1일, 진영의 문자(표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