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롤린이 돌아왔다.(이미 2008년에 돌아오긴 했지만...)

 이 책은 악의 3부작에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1편 <악의 영혼>으로 시작해 2편 <악의 심연>을 거쳐 이 3편 <악의 주술>에 이르기까지 악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대단히 심도깊은, 저 밑바닥의 추악한 폐부에까지 들어찬 악을 들추어 보았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주제는 악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거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메아리치듯 들려오는 살인자들의 심리나 내 귓가에, 내 머리속에서 들려오는 뒤틀어진 심리나, 그 사이에는 별반 커다란 차이가 없다. 다만, 그것을 실행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도덕적 신념과 선의 경계를 결정짓고자 하는 아주 약소한 마음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차이가 살인자를 만들고, 범죄자를 만든다.

  타락한 사회는 누구에게나 유혹을 던진다. 그 유혹에는 치명적인 독소가 들어가 있고, 그 독소는 인간의 내면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게다가 멀쩡해보이는 듯하면서도 강한 중독성까지 지닌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가 무너지기 시작할 때, 그곳에서 한줄기 빛처럼 쾌락의 유혹이 다가설 때, 우리의 이기적인 심성은 좀 더 좋은 방식을 택하기를 권고한다. 그것이 악하던, 선하던 간에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야하는 가장 간단한 원리다. 
 사람이 살아가는데에는 많은 이유를 가진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살인자들이 살아가야하는 이유에도 많은 이유를 가진다. 그 목적이 악적이고,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행동들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저 그것도 하나의 사회활동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면에서 어쩌면 악을 다루는 이 책은 가장 추악하고 충격적인 최악의 사건을 다루면서도, 그것이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악이란 태생의 근원은 선천적일수도 있고, 후천적일 수도 있다.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이젠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의해 타락한 악마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정해져 있든, 정해져 있지 않든 간에, 확실한 것은 악은 항시 공존해 왔으며, 선이 있으면 악이 있는 이면의 세계는 감정을 가진 동물이 실재하는 한 뗄래야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악의 존재가 인간의 테두리 안에서 규정 지어지고, 확고한 선의 의식으로 나뉘어 졌는지도 모른다. 간단히 보면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의 악적인 존재다. 하지만 육식동물에게는 초식동물이 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먹이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면, 누군가는 악을 행하게 되고, 누군가는 패배를 맛보아야 한다. 어쩌면 가장 상위의 있는 승리자와 포식자, 그리고 다수가 선이 되고, 패배자와 약자, 소수가 악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란 동물은 그런 면에서 법을 만들고 선과 악의 구분을 지어놨다.(법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꼭 있어야 한다는 것도 맞다) 하지만 누가 악하고 누가 선한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규정하고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을 뿐, 그 결론이 절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소설책으로 다시 돌아오면, 이 악의 3부작은 조슈아 브롤린이라는 캐릭터가 전체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막강한 포스를 자랑한다. 전직 FBI 프로파일러 출신으로써 그만의 가장 강력한 매력이자, 무기의 '감정 이입' 수사기법으로 범인의 심리를 자신과 동일시 시켜 범인을 이해하고, 그의 행적으로 그대로 옮겨 다음 행동을 추적하고 잡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만큼 악의 기술을 접목시켜 자신이 더 악해져야 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는 동시에 선하지만, 악의 본성을 다룰 줄 아는 악한 존재이기도 하다. 누구나 악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을 절제할 수 있음으로써 악을 감추고, 선의 편에 서서 악을 다룬다는 것이다.
 그래도 브롤린이 2편에서 조금 무리한 추측성보다는 다시 좀 더 객관적인 리얼리티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반기는 편이다. 어찌보면, 1편의 형사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사건을 이끌어가고 결말 짓는다는 게 초중반 이후 등장했던 2편보다는 훨씬 안정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2편에서 새로 등장한 애너벨의 관계도 좀 더 편안해진 느낌이다.
 내용상으로도 좀 더 기이해진 방식으로 악을 풀어가고,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무언가 좀 더 독특함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다. 가끔 생소한 방식이 나오게 되면 독자는 상세한 정보와 기술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접함으로써 또 다른 지식을 얻곤 하니까. 그런 면에서도 앞선 두 소설보다는 전형적인 면에서 좀 더 진취적이지 않았나 싶다. 다만,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인 반전을 푸는데 화끈함을 갖춘 방식은 여전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너무 서술적이었는지도.

 어쨋든, 3부작을 마치고, 브롤린과 애너벨의 콤비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참 괜찮은 캐릭터들인데 말이다. 분명, 그들의 미래에는 희망을 보았지만, 세상의 악이 존재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본성을 감추지는 못 할 것이다. 특히, 미안한 얘기지만, 브롤린은 악을 다루고 취하는데 선천적으로 위험 인물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P.S
 아,그리고 책 첫장에 1,2편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데... 생각보다 1,2편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물론 말대로 내용을 읽는데는 막힘이야 없겠지만, 심리상태 '포틀랜드의 유령'이라던가 '칼리반 종파' 등을 비롯 곳곳에 과거 심리와 이야기들이 짧막하게나마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꼭 1편 <악의 영혼>부터 보시길 바란다.

악의주술, 악시리즈, 노블마인, 막심샤탕, 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