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다양한 작가들을 접하고, 그들을 작가로 만들어준 경이로운 데뷔작을 만난다. 
 이 소설 또한 리 차일드라는 작가의 데뷔작이며,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한국에 있는 독자들에게 잭 리처라는 멋진 캐릭터를 선사했다. (어차피 결과적으로 수입되어져 들어오는 작품들은 기존 작품에서 한단계 이상 인정받았고, 편집자와 해외독자들을 거친 꽤 우수한 작품들이 들어오게 되어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개인의 취향과 캐릭터의 부합관계. 그리고 내용에 대한 흥미력과도 직결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제 옷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은 명품이 될 수 없다. 허울만 좋은 껍데기가 화려하다해서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해주지 않으니까. 

 그런 환경으로 인해 어쩌면 이 묵직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잭 리처와는 조금은 맞지 않는 듯 싶다. 이것 또한 작가의 딱딱한 문체와 페이지 터닝자체가 다소 더뎠던 부분에서 생각보다 스피디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솔직히 나쁘지도 않고 재미없지도 않았다. 그러나 완벽한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데에 아쉬움을 전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역자후기에서 언급했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 잭 리처는 영화 람보와도 같은 괴력의 사나이이자 단순논리적인 행동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 지적인 머리까지 지니고 있다는점. 바로 그것이 잭 리처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찌보면 그래서 현실적이라지만, 결국 너무도 완벽해져버린 캐릭터가 되었기도 했다. 

 필자는 람보라는 캐릭터에 상당한 반감을 가진 적이 있다. 초반에 액션과 실베스타 스탤론의 근육질에 매료돼 그 캐릭터를 보았지만, 속편으로 갈수록 살인기계가 되어가는 과정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다. 누군가의 의해, 과거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졌다지만, 정의라는 명분하에 인간에 대한 존엄과 생명에 대한 멸시적인 잔인함을 용납하고 싶진 않다. 무자비한 살인기계. 그래서 어쩌면 잭 리처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에 흠뻑 빠지지 못한 것 같다. 현실적이고 리얼하지만, 결국엔 천하무적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에 말이다.

 그런 결과로 인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 되었다.
 누군가에겐 확실히 맞을 것이고, 그 재미는 충분히 배가 될만큼 재미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본인과의 궁합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벗어나 있는 소설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그것은 언제나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랜덤하우스, 리차일드, 추적자, 안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