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좀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되었는가?

 좀비라 함은 죽은 시체들이 다시 살아나 산 사람을 공격하는 (무)생물체를 말한다. 심리적인 동양의 귀신과는 달리 거칠고 강렬한 외적인 공포에 더욱 치중하는 서양의 특징을 아주 잘 살린 캐릭터 중에 하나다. 특히 소설에선 리차드 매드슨이, 영화에선 조지 로메로가 좀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고 대중 앞에 나왔다고 할 수 있다.(아마도... 지식 짧음)
 지금이야 뭐, 전세계 동시발매, 동시개봉 같은, 그리고 서양의 왠만한 문화들은 모두가 통용할 만큼 시대가 발전되었기에 굳이 동양귀신과 서양귀신의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서양화가 되어가고 있고, 분명 서양도 알게 모르게 동양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정해본다면 (특히 헐리우드 영화에서 싸움 씬은 이제 대부분 동양무술임을) 더더욱 쓸데없는 짓이겠다. 어쨋든 그런 과정을 거쳐 들어와 있는 수많은 좀비소설들, 그리고 영화들은 이제 매니아 층을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그런 가운데 여기 조금 독특한 방식의 좀비소설이 하나 있다. 소설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인터뷰 형식을 빌려 만들어 낸 픽션다큐멘터리라고 정의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좀비의 존재가 중국에서 처음 발발한 직후 전쟁의 시작과 대공포, 전면전, 그리고 전세계가 마지막 승리를 선언하기 까지의 과정을 사람들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서 만든 작품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좀비소설이지만 전혀 색다른, 독특한 방식의 신선함을 맛 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내용 자체도 소 주제를 따라 경고, 비난, 대공포 등에 맞춰서 인터뷰를 진행한다. 약간은 이런 방식이 다소 딱딱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터뷰 안에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각 파트별로 기승전결 또한 확실하게 담겨 있어, 어찌보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캐릭터가 다른 단편 소설들이 나열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게 만든다. 이런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 점이 있다면, 단편처럼 나눠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그리고 인터뷰하는 인물과 상황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나뉜다는 점이다. 좀비에 대한 반응에 어떻게 대응하고, 변해가며, 각 나라별로 그 특징 또한 유심히 볼 수 있다. 북한의 독특한 상황에 맞물려 나오는 한국도 그렇지만, 특히 일본 장님 무사의 좀비 무찌르기 같은 것은 확실히 일본적이고 독특하다.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보다는 서양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에 더욱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중간 중간, 등장했던 중국 잠수함 도망 사건과 전면전에서 바리케이트로 유인해서 일타일발, 좀비 시체들로 산을 쌓는 모습 등은 읽으면서도 기억의 뇌리속에 각인된 장면들이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고, 다소 전형 적인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투정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꽤 훌륭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분명 색다른 시각에서, 색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작가가 다루고자 했던 중요한 메세지들이 곳곳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점에서 좋았다. 좀비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인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다. 전쟁이 발발하고 난 후 좀비에 대응하는 각국의 대처 방법과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결국에는 다시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인간으로 돌아와야 할 모습들. 
 절망과 희망이, 암울함 속에 빛이. 멸망은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희망도 아니고 절망도 아닌 시대가 우리에게 쥐어준 사명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세계 대전 Z>이 막 끝난 직후다. 

 본문 발췌.
 이 분들은 아메리칸드림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셨어요. 그러다 내 부모님 세대가 와서 이 모든 것을 망쳐 놨죠. '나만 아는' 세대. 그다음에 우리 세대가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좀비의 저주를 막긴 했지만, 애초에 그것이 저주가 되도록 방치해 두었죠. 이제 우리는 어질러 놓은 것을 청소하고 있는 중이고, 그게 바로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묘비명인지 모르겠어요.

 "Z세대, 자신들이 망친 것은 치워 놓고 간 사람들."

밀리언셀러클럽, 맥스브룩스, 세계대전Z, 박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