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지에 그려져 있는 저 손은 정말 오른손일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똑바로 찍었는지, 뒤집어 찍었는지. 어찌됐건 이번 글은 약간의 사설부터 시작해야 겠다. 정통 퍼즐 미스테리는 문구와 함께 먼 과거에 상당히 유명하셨다는 분(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이 쓰셨다는 이 소설은 조금 난해하다. 뭐, 이야기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막상 내용은 무진장 어렵게 쓰셨다. 게다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추리를 하는 상당히 주관적인 소설이다보니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의도대로 너무 휘둘리고 말았다. 분명 기괴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맞지만, 어떻게보면 조금은 난잡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게다가 이 책은 옛날분이 쓰신 고전추리소설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아마 그러지 않았다간, 분명 50년대 표지를 그대로 가져다 쓴 거 같은 손바닥 디자인만큼이나 당혹스러울테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전통추리소설의 방식을 고스란히 따른다.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에 자잘한 단서들을 곳곳에 심어놓는다. 이 소설 같은 경우는 조금 과할 정도로 의도적으로 초반에 심어놓고 한쪽방향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분명 이게 작가의 의도일테고, 대놓고 주인공에게 몰아가는 불리한 증거들의 남발로 인해 이미 수많은 반전영화에 길들여져 버린 잔머리 독자들에겐 상당히 당혹스럽고 황당할지도 모르겠다. 본인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진 채 처음부터 소설을 읽어나갔다. 근데 참 특이한 것은 그런 의도의 결말이 그렇게 나와도 문제지만, 막상 원하지 않았던 게 나왔을 때, 왜 이렇게 허망한지 모르겠다. 알고 있는 반전을 원한 것도 아닌데, 알고 있는 반전이 안나와서 섭섭했다고 해야할까. 이 문제는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통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야기의 맥이 뒤집혔다는 점에선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게다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추리를 하다보니 뭐랄까 정확한 답도 없다. 또 흐름과 전개에 관계없이 급격하게 꺽여버리는 기괴한 플롯 때문에라도 그냥 주인공이 생각만 하면 사건이 전개되고 바뀌어 버린다. 의도도 알겠고, 원하는 바도 알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근거 없는 플롯놀이는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분명 이 책은 그리 어렵게 읽히지도 않았고 재미없게 읽지도 않았다. 페이지 터닝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 뭐랄까, 없어진 오른손이 끝까지 어디있는지 찾지 못한 찝찝함 이라 해야할까? 아무튼,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빠르게 읽힌 소설치곤 이도저도 아닌 불분명한 소설로 남아 버렸으니 말이다.

 

 잠깐, 다시 사설로 마무리를 짓자면, 우리는 가끔 고전 소설들의 시대를 감안하고 보라고 할 때가 있다. 그 시기를 감안하고 그때의 감정을 이해하라고. 물론 그때의 감수성을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그 먼 영광의 시대를 설명한다고 이해할까. 막연하게 그냥 좋았겠구나. 라고만 생각할텐데.

 영화를 배울때도 추천해주는 고전 영화들이 있다. 그런 고전 영화들을 추천해 주는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플롯을 비롯한 촬영기법부터 그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과 획기적인 시도들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 모두가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몇몇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들이 엄청난 감동을 전해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다수가 무진장 지루하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즐거움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꼭 이책이 그런 것은 아니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분명 재고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붉은오른손, 정태원, 해문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