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은 이미 과거시험을 통과한 최종 33명의 등수를 결정하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이다. 이 책은 시대의 문제를 함께 헤쳐나갈 인재를 가리기 위한 조선 임금의 물음과 그에 목숨을 걸고 답했던 당시 젊은 인재들의 대책을 모아 놓았다. 픽션이 많이 가미된 드라마와는 내용이 많이 다르겠지만, 책 여기저기서 드라마화 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요즘 내가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왕과 나'의 주인공 '김처선'의 이야기도 짤막하게 표현하고 있다.

『권벌은 27세 되던 연산군 10년에 과거에 급제했으나, 책문에 '처處'자가 있어서 합격이 취소되었다. 연산군 시절에 여러 대의 임금을 아주 충성으로 모신 김처선金處善이라는 내관이 있었다. 연산군이 왕이 되어 정치를 돌보지는 않고 황음무도하고 못하는 일 없이 패륜하며 방탕하게 굴자, 이를 보다 못한 김처선이 여러 번 바른말로 충고를 했다.

 언젠가는 용상을 가리키면서 "이 자리가 아깝다."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죽을 각오를 하고 바른말을 올리자, 연산군이 활을 쏘아 김처선을 죽였다. 그리고는 김처선의 이름 글자인 '처선處善'이라는 두 글자를 쓰지 못하도록 명했다. 그런데 권벌의 책문에 '처' 자기 들어 있어서 뒤늦게 합격이 취소되었던 것이다.』

여러가지 책문 중에서도 특히나 광해군의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_'라는 책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과거시험에 이런 질문이 나오다니...참 낭만적이다. 역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이 책을 통해 역사에 대한 흥미를 조금은 얻을 수 있었다. 어쨌든,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