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위의 여자 - 존 파울즈

 

순간이 시대를 극복했다.

 

 그녀는 얼굴을 들어, 파고드는 듯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당신이 봐둬야 할 게 있다고. 당신의 진실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진실, 당신의 감정 너머에 있는 또 다른 감정, 당신의 역사관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역사를 보아 두라고.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나는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지만, 내가 말해 주어야만 비로소 당신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면…….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사실에 대해, 아니 어쩌면 사실이 아닌 거짓일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우리는 쉽게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은 지금 내가 아는 게 완전한 진실인 양 지나친 자만으로 똘똘 뭉쳐 '편견'이라는 지독한 이름으로 한순간 내 속에 자리를 차지하고 만다.

여기에 그러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힘든, 혹은 벗어나기를 거부한 여인 '사라'가 있다. 이 여인은 사람들에게 '프랑스 중위의 여자', 솔직하게는 '프랑스 중위와 놀아난 년'이라 불린다.

편견 속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라'를 통해 우리는 시대의 위선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고 개별자로 존재하는 한 인간에 대해서도 조금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랑스 중위와 놀아난 여자 '사라'와 이기적인 시대에서 벗어나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 '찰스'는 서로를 통해 시대에서 자유를 얻고, 우리는 그들을 알아가면서 순간이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솔직히 이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아주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 

철학 수업에서 들었어도 잊은 지 오래인 어려운 단어들도 다시 머리 속에서 쥐어짜야 한다. 복잡하다. 작가가 소설 속에 끼어들어 더욱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지식으로 채워지려면 아직은 먼 나의 모자람 탓에 조금은 힘들겠지만... 어떻게 이 책이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이 되었는지 기회가 생기면─내용을 깡그리 잊어버릴 만큼 세월이 지나거나, 하루에 눈을 몇 번 깜빡이는지 세어 볼 정도로 정말 할 일이 없다면─다시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