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의 역사, 단일 백의민족,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 좌절을 모르는 민족,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의 10대 경제대국의 위치에 이른 한강의 기적을 이룬 국가, 유일한 분단국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게 된 나라, 월드컵 4강을 이룬 국가 등등. 우리 스스로가 우리나라 또는 우리 민족을 동일시하며 지칭하는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이다. 이 말들이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우리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단어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용어들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보는 우리는 어떨까? 외국인들은 전쟁때의 우리나라가 아니라 현재의 발전된 우리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는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에게 역전하여 승리하는 순간에 영국에서 한국에 온 19세 청년 다니엘 튜더가 대한민국에 빠져 살아온 10년간 대한민국을 알아가면서 깨달은 것을 적어놓은 책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알아가면서 해외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제대로 된 책이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다양한 직종의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그 중 60여건의 인터뷰를 기초로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6부 2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한민국 건국 전후의 근현대사에서부터 최근까지의 역사와 경제, 분단 상황에서의 정치와 사회, 무한경쟁의 교육, 한국인이 믿는 신앙과 ‘정’의 문화, 한국인의 먹거리와 주거환경 등의 거의 모든 분야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인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앞만 보며 달리는 경쟁을 통해 경제적인 기적을 이루긴 했지만, 너무 치열한 경쟁의 연속으로 인해 삶을 즐기지 못하고 좇기며 살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 결과로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거의 최하위에 위치하게 되었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를 기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물질적 성공과 안정에도 불구하고 진실된 만족감을 크게 잃어가고 있다. 한국은 교육, 명예, 외모, 직업적 성취에서 스스로를 불가능한 기준에 획일적으로 맞추도록 너무 큰 압박을 가하는 나라인 것이다.” - P. 29.   이 책은 외국인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적은 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해 적은 책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릴때부터 듣고 보고 배우고 느끼며 살고 있는 우리 생활에 대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대한민국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물론 대한민국 사람들만의 깊은 정을 이해하기는 하겠지만 실제 몸으로 느낄 수는 없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일본을 가장 잘 소개하였다고 말하여지는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저술한 <국화와 칼>과 같이 우리나라를 가장 잘 소개한 책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는 저자의 말처럼 1등이 되기 위한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들이 하니까 불안하여 따라가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탈피해야만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두아이의 부모로서 아이들을 무한경쟁속으로 밀어넣지 않고, 삶을 즐기며 누리며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먼저 내 스스로가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쟁심이 한국을 성공한 나라로 만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부작용으로 인해 한국인들의 정서적 생활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 되었다. 행복의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면, 한국인들은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 P.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