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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시절(지금은 초등학교이지만) 매주 또는 매월 학교 수업시간에 붓글씨를 했었다.

신문지를 깔고 먹을 갈아서 하얀 화선지에 글씨를 써가는 수업이었다.

솔직히 그때는 너무 싫었다. 글씨도 잘 못쓸 뿐만아니라 먹을 갈고 하는 과정이 너무 지겹게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 시절 누구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샤프펜슬이나 볼펜, 연필 등 수많은 필기도구를 두고 왜 이런 옛날방식으로 글을 써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지 10년 이상하게 되면 달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능수능란하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한우물을 오랫동안 팠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는 다른 그만의 방법과 노력, 삶의 의미가 들어가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우리의 선현들이 그들의 일 또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예술(예)' 이나 '깨달음(도)'의 수준으로 높여 불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구한말 누군가에 의하여 붓글씨를 예술의 한 장르로 보고 서예라 부르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서법, 일본에서는 서도라고 일컫는다. 영어에는 캘리그래피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문자 디자인적 의미가 강하다." - P. 38.

<유쾌한 먹탱이의 문자로 보는 세상>은 국문학을 전공하고 오랜시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리고 라이브 서예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시하여 국내외에서 300여회 공연을 한 저자가 서예와 함께 살아온 스스로를 낮추어 '먹탱이'라고 칭하면서 스스로 깨달은 서예의 길과 자연과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 1장은 서예와 자신이 창시한 라이브 서예에 대해서, 제 2장은 국문학 선생님답게 문자, 특히 사람과 자연, 마음을 표현하는 한글과 한자의 어원과 변천, 유사어와 단어활용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제 3장은 서예인으로 살아오면서 저자가 느끼고 깨달은 자연과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시간은 걸리지만, 먹을 가는 것은 마음을 가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시간 낭비는 아니라고 본다. 먹을 갈면 묘하게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기 때문이다. 슬로푸드가 육신에 좋듯, 슬로아트 서예는 영혼에 좋다." - P. 30.

"한번 지나가면 다시 그을 수 없는 붓길은 인생길과 너무나 닮았다. 남이 알아주든 말든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므로 붓을 잡을수록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 62.

외길 인생을 산다는 것은 속된 말로 '미쳐야만' 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서예에 미쳐 살아온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서예와 벗을 하여 살아오면서 느낀 자연의 멋과 삶과 죽음의 인생의 깨달음을 말한다.

서예의 길 속에서 깨달은 인생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아마도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은 저자이기에 인생에 대한 그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정한 가르침이란 제자로 하여금 벅찬 감동을 안고 희망의 길을 걸어 성공의 고지를 정복하게 하는 데에 있다. 아무리 훌륭한 성공 노하우를 전한다 해도 여기엔 진정성이 문제가 된다. 진정성이 없이는 가르쳐도 선생이 될 수 없으며, 베풀어도 벗이 될 수 없다." - P.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