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

사도세자를 버리고 이제는 아들과 손주에게 자신의 친정을 회복하기 위해 ‘한중록’에서 그토록 구구한 거짓말과 변명을 늘어놓고 있음을 볼 수 있는 ‘한중록’의 내용이다.

 

[혜경궁은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왕조의 나인이라 위세가 등등하였던 동궁나인(東宮內人)들과 세자 생모인 영빈(暎嬪)과의 불화로 영조의 발길이 동궁에서 멀어졌다. 때마침 영조가 병적으로 사랑하였던 화평옹주의 죽음으로 인하여 영조는 비탄으로 실의에 빠져 세자에게 더욱 무관심해졌다.

   세자는 그 사이 공부에 태만하고 무예놀이를 즐겼다. 영조는 세자에게 대리(代理)를 시켰으나 성격차로 인하여 점점 더 세자를 미워하게 되었다. 세자는 부왕이 무서워 공포증과 강박증에 걸려, 마침내는 살인을 저지르고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1762년(영조 38년) 5월 나경언(羅景彦)의 고변과 영빈의 종용으로 왕은 세자를 뒤주에 가두고, 9일 만에 목숨이 끊어지게 하였다.

   혜경궁은 영조가 세자를 처분한 것은 부득이한 일이었고, 뒤주의 착상은 영조 자신이 한 것이지 아버지 홍봉한(洪鳳漢)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임오화변 이후 종래의 노소당파가 그 찬반을 놓고 시파(時派)와 벽파(僻派)로 갈라져서 세자에 동정하는 시파 들이 홍봉한을 공격하며 뒤주의 착상을 그가 제공하였다고 모함하였기 때문이다. 홍봉한은 당시 좌의정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을 넘어 뒤주를 바쳤다는 혐의까지 받았다.

  영조 46년(1770)에서 정조 2년(1778) 사이에 왕비(貞純王后)의 친정 경주 김씨와 전 세자빈의 친정 풍산 홍씨의 정권다툼으로 작자의 아버지와 아들이 화를 당한 일 즉, 한유(韓鍮)의 상소로 아버지 홍봉한이 실각하고, 삼촌 홍인한과 동생 홍낙임이 사사되는 원인이 된 정조 초, 이른바 정유역변의 연루되어 있다는 혐의를 해명한 것이다. 이처럼 작자가 차마 말하고 싶지 않은 궁중비사의 내막을 폭로한 것은 아버지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명문가인 친정이 자기 때문에 망하였다는 죄책감으로 71세 노령에도 무서운 집념으로 써낸 것이다. ]

 

사실 ‘한중록’을 읽으면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비빈이라는 신분의 인물이 쓴 글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녔고 궁중용어와 풍속을 잘 보여주는 궁중문학의 효시로 평가되었으며 한글로 된 궁중문학이라는 관점에서 한 개인의 기구한 내용을 입체적인 구성에 담고 있어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과 함께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와 순조로 이어지는 주변세력을 보게 되었을 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 ‘사도세자가 꿈 꾼 나라’는 거룩한 분노를 일게 한다.

이덕일 교수님의 책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역사는 승자의 역사로 숨겨진 진실이 왜곡되고 사라져버려지거나 만들어 지는 사실에 눈을 뜨게 했다.

그러던 중 ‘사도세자가 꿈 꾼 나라’를 읽어 보고 싶은 강한 충동으로 책을 잡게 되었다.

아...

다수집단의 이기주의가 이런 엄청난 비극을 만들다니, 화가 나고 가슴이 막막하고 ..내 안에 거룩한 분노가 일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도세자가 꿈 꾼 나라는 소수 집권층 노론의 나라가 아니라 백성들이 행복해지는 나라였음이 분명하다. 그의 꿈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정조 또한 아버지 사도세자처럼 의문의 죽음을 당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백성을 아끼고 나라를 든든히 세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사도세자는 미치지 않았다.

백성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도세자는 성군의 모습 그대로였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의 기록이 사도세자 일로 몰락한 친정의 죄를 변명하기 위해 지은 글이라지만 오히려 이 글로 사도세자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찾을 수 있는 그들의 치부가 드러났음은 분명하다.

 

나라를 망치고 왕을 죽음에 이르게 한 노론사관이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사상으로 이어져 내려오게 된 흐름이 여기에 있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사도세자가 꿈 꾼 나라’가 대중들에게 다가가 역사 왜곡의 진실을 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역사 속에 묻혔고, 24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이야기라고 그냥 묻어둘 것인가!

이미 역사의 뒤안길에서 저주와 조소 동정의 대상으로 남아버린 ‘승자의 기록’으로 전해져 오던 사도세자의 본 모습이 이제는 바로 드러나고 사도세자의 죽음이 바로 잡혀지기를 기대하는 간절한 바램으로 작가의 의도에 마음을 합해 본다.

 

진실에 좀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이덕일소장님께 응원을 보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