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인문학은 무엇이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불가능한지, 현재 한국 인문학의 수준은 어떠한지 알려주는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서강대 철학과 교수인 서동욱이 기획하고 십 수 명 저자들의 글 한 편씩을 묶어낸 <싸우는 인문학> 이다. 이 책은 인문학의 논의를 네가지로 정리한다. 다음과 같다. 1. 팔리는 인문학 2. 잃어버린 인문학 3. 싸우는 인문학 4. 가능성의 인문학. 저자들은 크게 인문학이란 주제 아래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CEO인가" 에서 "인문학자에게 지옥은 무엇인가" 라는 기괴한 주제에까지 다양한 글을 풀어 낸다. 참여 저자만 22명에다 그들의 직업도 기자, 대학교수,출판기획자,심리학자,평론가 등 다채롭다. 과히 잘 차려진 우리 인문학의 만찬상이다싸움과 창조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문학의 위상을 밝혀준 글은 노정태의 인문학 교실 붐, 어떤 성과를 냈나이다. 노정태는 서양의 인문학은 원전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사실상 원전을 확립해 나간 페트라르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말을 했다. 그에 의하면 고대 문헌 연구자들과 인문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기독교적 세계 속에서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노정태의 말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인문학의 이단적 성격을 드러내준다.또한, 절망에 민감하라는 뜻을 가진 장석만의 말은 이 세상 일을 가리키는 메타포로 쓰이는 지옥을 다룬 대목에서 언급되었다. 지옥을 인문학 교양서에 끼워 넣은 것은 생지옥 같은 현실에서 무지와 탐욕에 물든 삶을 살고 있는 중생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8명의 현대 정치철학자들을 다룬 책에서 한 기획위원은 그들의 대부분은 오늘을 사유하기 위해 과거의 텍스트를 읽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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