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구절
“명성은 마치 손발을 구속하는 몰로 견고히 짠 외투와도 같아. 심장을 압박해오는 은으로 만든 재킷 같은 거야. 허수아비 위에 페인트칠한 덮개와 같은 것이야.”
사랑이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희고, 하나는 검다. 허리도 둘이다. 하나는 매끄럽고, 하나는 털투성이다. 손도, 다리도, 꼬리도, 사실 모두 둘인데, 한쪽은 다른 한쪽과 정반대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그 둘은 동전처럼 견고하게 합쳐져 따로 떼어낼 수가 없다.
“거절했다가 들어주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추구하고 정복하는 것은 얼마나 당당한 일인가. 깨닫고 아는 것은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
“나는 어떤 환상을 잃어가고 있어. 아마 다른 환상을 얻기 위해서겠지.”
“내가 죽더라도 세상은 변함없이 그대로겠지.”
“이 글들은 읽히기를 바라는 거야. 꼭 읽혀야만 하는 거야. 읽히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내 가슴속에서 숨이 끊어질 거야.”
“시간이 내 어깨 너머로 지나가고 있어.”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처음 내가 버지니아 울프를 알게된 것은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를 통해서였다. 처음 그 시를 읽었을 때, ‘버지니아 울프’는 버지니아에 사는 늑대(wolf)라고 무지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댈러웨이 부인을 알게되고, 올랜도를 접하게 되었다.
일단 옮긴이의 말에서, 올랜도가 지어진 배경을 알고 버지니아 울프를 알게되면서 소설에 대한 궁금점은 커졌다. 버지니아 울프가 투신자살을 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으며, 올랜도라는 한 인물이 어떻게 300년을 살며 남성과 여성, 양성을 살았는지 또한 그런 설정으로 인한 소설의 구성이 어떠할지 궁금하였다.
올랜도는 영국인으로, 귀족집안이며 외동아들이다. 그의 집은 매우 부유하다. 올랜도는 약혼자가 있는 상태에서 사랑의 도피를 하려다가 버림받고, 왕국에서 추방당하며, 죽음과 파멸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짓고 고독히 지내며, 사교계에 뛰어들기도 하고, 재물에 별 관심이 없으며, 외교관이 되기도 한다. 즉, ‘종잡을 수 없이 복잡한 삶’을 지낸다. 그러다가 1주일 가량의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그동안 순결, 정숙, 겸손의 여신이 다녀간다. 그리고 여자가 되어버린다. 여자가 되어 사교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분만하는 등 때때론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양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처음 올랜도를 읽고 난 후의 감상은 ‘산만하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울프가 이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 도통 감을 못 잡았다.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다 일어나니 여자가 되어있지 않나, 올랜도의 알 수 없는 심각한 감정 변화와 생각과 태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울프가 선구적인 페미니스트라는 점을 감안하며, 조금 더 깊이있게 생각해보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였다. 올랜도라는 인물이 300년이라는 3세기에 걸쳐 살아오며, 남성과 양성을 모두 느끼면서 겪는 각각의 관점을 전하고자 하지 않았나고 생각한다. 올랜도는 여성이 된 후, 쉽게 적응을 하지만 각각의 관점에서 양성을 비난하기도 한다.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를 비판하고, (여자 올랜도가 남자 올랜도를 비난하기도 한다.) 남자의 입장에서도 여자를 비판한다. 그리고 의복, 하는 행동, 초상화에서 보여주는 양성의 특성, 감성 등을 스스로 느낀다.
울프의 문체는 독특하다. 독자와 대화하는 말투이며, 관조적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기록(문서)를 통해 추측해 나가는 투이다. 예를 들어, ‘독자에게 ~를 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또는 ‘편지(일기)가 불타져 있어 우리는 추측해 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올랜도가 ~했는지 알 수 없다.’는 등. 그리고 묘사가 세밀하게 잘 되어있는 편이다.
책 표지의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색이고, 울프의 문체도 재미있게 되어있어서, 쉽게 읽었다. 샐리 포터가 영화라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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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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