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클럽은 상류층 VIP고객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주는 베일에 싸인 단체다. 단체라고 하지만 그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없고, 단지 작품 속에서는 키가 큰 삼십대 중반의 남자와 조수로 보이는 이십대 여성, 두 명이 컴비를 이루어 활약한다. 아마도 작품 속 탐정클럽은 그 규모가 의외로 클 것 같다. 각 지구마다 전담하는 컴비들이 있을 듯 싶고, 정보나 재원도 엄청날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막대한 지원력과 뛰어난 두뇌를 이용해서 해결률 100퍼센트를 선보인다. 이 소설 속에서 이들의 분량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매 에피소드마다 거의 엑스트라 급에 머물 정도다. 그럼에도 이 소설 전반에 걸쳐 가장 은밀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들은 역시 탐정클럽이다. 작가는 이들을 수수께끼와도 같은 존재들로 묘사한다. 의뢰를 받으면 조용히 나타나 꼼꼼하게 기록을 하고 다시 조용히 사라진다. 그런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용히 나타나 사건의 진실을 알려준다. 사실 이 부분이 무척 재미있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에는 각각 다양한 형태의 사건이 발생한다. 밀실에서의 살인, 사고사로 위장한 살인 등등-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과 음모가 무수히 교차된다. 의뢰인은 이 모든 의문점을 풀고자 탐정클럽을 부른다.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진 이 탐정클럽은 한치의 빈틈도 없는 정교한 기계와도 같다. 그렇다. 마치 그들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 로봇탐정 같은 느낌이다. 어떤 사건이든 일체의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다. 언제나 냉정하고 신속하며 조용하고 정확하게 일을 진행시켜 나갈 뿐이다. 일단 사건을 의뢰받으면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듯 사건 정황을 전해들은 뒤, 조용히 잠수를 해버린다. 그 잠수 기간 동안 경찰에 의해 사건이 이미 해결된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탐정클럽은 의뢰받은 일을 묵묵히 진행시켜나간다. 그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마지막이다. 이미 경찰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고 심지어 범인까지 잡힌 경우라고 해도,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다시 의뢰인을 찾아온다. 그리고는 말한다. 진실은 이러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제껏 무수한 탐정소설을 써 왔다. 그럼에도 이 작품 ’탐정클럽’은 이제껏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탐정을 등장시켰다. 아니 동서고금을 토탈해도 처음인 것 같다. 바로 인간미를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탐정이다. ’탐정클럽’에 등장하는 탐정은 뛰어난 두뇌와 컴퓨터처럼 정확한 일처리 능력을 보인다. 하지만 그에겐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탐정일을 위해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로봇같다. 하지만 바로 이 차별성이 이 작품만의 기묘한 매력이다.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고 선악의 기준을 임의로 정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의뢰받은 일을 끝까지 완수해낼 뿐이다. 때문에 이 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존재는 역시 ’탐정’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일체의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 채, 오직 사건의 ’진실’만을 덤덤하게 보고한다.

 

사실과 진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마다 다 다른 견해를 내놓겠지만 개인적 생각은 이렇다. ’있었던 일’을 개개인의 시점에서 기술하는 것은 사실이고, 전지적 시점에서 기술하는 것은 진실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무수히 쏟아지는 사건사고에 대한 신문기사와 인터넷기사, 뉴스기사는 무엇일까?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실’에 불과하다. 신문기사와 인터넷기사, 뉴스기사가 결코 ’진실’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개인들의 시점에서 기술되어진 것이다. 거짓과 왜곡, 과장과 위장이 본의 아니게(혹은 본의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말하자면 개개인들은 아무리 날뛰어도 절대로 ’사실’ 정도에서 더이상 나아갈 수 없다. 그들은 ’있었던 일’에 대해 사실 이상의 것을 절대로 알 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거짓과 왜곡, 과장과 위장’의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그들은 모두 ’감정’을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추리소설의 대가라고 불리우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째서 ’탐정클럽’ 속에 ’감정’이 없는 탐정을 등장시켰는가,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은 어느정도 풀리는 기분이다. 그렇다. 작가는 ’사실’ 정도가 아닌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존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감정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들의 한계를 초월한, 그리하여 진정한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탐정. ’있었던 일’을 ’전지적 시점’에서 기술할 수 있는 탐정. 작가는 그런 탐정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 작품 속 탐정들이 인간미가 완전히 배제되었음에도 읽는 이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고 오히려 묘하게 가슴이 설레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짓과 왜곡이 난무하는 오늘날에 ’그들의 존재’는 존재 차체만으로 ’진실’이라는 성역을 걷고 있는 경이로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텔레비전 뉴스에는 온갖 불쾌한 의혹들로 가득찬 사건들로 난무한다.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따위에 ’진실’은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진짜 진실은 뭘까? 정말로 궁금해질때가 많다. 전화번호만 안다면 당장에라도 의뢰하고 싶어질 정도다. 탐정클럽에게...

 

 

p.s.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답게 가독성은 엄청 뛰어나다. 하지만 절묘한 트릭이나 반전을 기대하고 본다면 밋밋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매력은 트릭이나 반전보다 ’탐정클럽’의 존재라 할 수 있다. 조용히 나타나 사건을 맡은 뒤 한동안 잠수를 타다, 마지막에 가서 다시 조용히 나타나- 어찌보면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 혹은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진실’을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