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삶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적당한 돈을 가지고 하루종일 책을 읽고 내 유일한 소비는 책. 아침에 일어나 책을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자기전 마무리도 책으로한다. 한달에 30권에서 6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직접 느껴보고 싶다. 아무리 애를 써도 현재는 한달에 15권 읽기도 벅차다. 책만 읽으며 사는 삶. 주인공 서연이 부럽다.

 

책 속의 책이야기를 좋아한다. 열세번째 이야기가 그랬고 사랑의 역사가 그랬다. 책 속에서 주인공이 책을 읽으며 숫자를 세는것도 좋아한다. <달의궁전>을 보고 20대가 가기전 1천4백92권을 보자고 결심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1권 읽기도 보통의 내공으론 힘들다는걸 알게 되었다.

재밌다. 적당히 나를 자극했고 적당히 기대하게 만들었다. 오직 새책만 고집한 내게 헌책의 매력을 알려 주었고 내가 알지 못했던 작가들을 알려 주었다. <백수생활백서>는 내게 단순한 책이 아니라 추억이(p.90) 되었다. 책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는 그 책과 연관되는 추억들이 만들어진다. 침대와 책에서 정혜윤PD의 추억을 볼수 있었던 것처럼 이 책에서 또한 소설이지만 저자의 추억들이 담긴 책들을 볼수가 있다. 지독하게 외롭다고 느낀때가 있었다. 어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 전까진 책을 열광하며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때, 어떤때는 그책이 나를 찾아온 것만 같은때가 있다.(p.143) <달의 궁전>에서 위로를 받았다. 책을 읽고 싶다고 느낀것도 소유욕이 생긴것도 그때부터 였다. 책과의 추억으로 쓰여진 글을 읽기가 즐거운건 나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노골적으로 책에 나의 흔적을 남긴다. 공감가는 문장에는 진하게 좍좍 밑줄을 긋고 내 생각을 메모하거나 첫장에는 날짜와 사인을 남긴다. 그래서 내 책들이 된것들은 다시는 누군가의 책이 될수없다. 저자처럼, 주인공처럼 한번읽은 책을 두번 세번 다시보기는 어려우나 내곁에서 나와 함게 한다는 것에 안심이 된다. 평생 해야 할일이고, 평생 즐겨야 할 것이다.(p.280) 이렇게까지 정해서 결론을 내어 본적은 없었지만 이번에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게 필요해서 선택한 것이었지만 평생 즐길 수 있다고. 서연처럼 앞으로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무엇을 해야 할지. 책을 좋아하니 그쪽으로 직업을 정해야 할지... 지금은 현실에 충실하겠다.아침에 회사에 출근하고 틈틈히 책을 읽고 느낀점을 리뷰로 남기고, 폴 오스터의 신간을 기다리면서. 박주영의 신간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