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년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어. 아름다운 도시 폼페이가 온통 잿더미에 파묻혔지. 정말 끔찍한 사건 아니야? 이 일로 이익을 본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돌이켜보면 폼페이는 고고학자들이 받은 가장 아름다운 선물 이었을거야. 그러면 이걸 누가 꾸민 짓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원인은 이 한마디의 말이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나를 자극시키는 아멜리 노통브. 그녀의 궤변은 즐겁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누구였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이 미래에 와서 기억상실증에 걸려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반대로 미래에서 과거로. 특히 내 정체성에대해 고민하던 사춘기시절에 말이다.

 

그러나 책속의 아멜리 노통브는 모든 기억을 가지고 1995년에서 2580년으로 소환된다. 미래인(26세기) 셀시우스를 만나 과거와 현재(미래)에 대해 몇시간 동안의 대화를 이 한권에 담아냈다. 같은 주제로 두사람만의 대화를 엮어낸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생각이 독특하고 엽기적이지만 철학이 담겨져있다. 한마디 한마디에 거침이 없고 주저하지 않는다.

폼페이 멸망에 의문을 품은 단순히 한 말이었지만 그 일을 계획하고 주도한 셀시우스는 그녀를 그냥 나둘수가 없었던 것이다. 셀시우스는 20세기에서 26세기 사에의 역사에 어두운면을 말한다. 그러나 아멜리 노통브는 그를 받아드리지 않고 논리정연하게 반박함으로써 다시 현재시대로 돌아온다. 26세기에는 에너지 낭비를 끔찍해 한다. 그래서 옷도 홀로그램으로 된 옷을 입으며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빨거나 벗지 않아도 된다. 물론 구입할 필요도 없다. 인간과의 사랑 또한 잘못된 투자라고 그리도 많은 에너지를 받칠 필요가 없다는 말에 아멜리 노통브는

" 맞는 말이에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죠. 아직도 모르시는 것 같은데 사랑은 선택하는게 아니에요. 어떤 사람을 사랑해야겠다고 미리 결정하지는 않아요. 그냥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거죠. 당신 말처럼 그건 별로 이득없는 형편없는 투자예요. 그러나 원한다고 해서 피할수 있는 것도 아니예요."

그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또한 뺄수없는 그녀의 고전들이 들어있다. 상당수가 라틴문학이라 내게 생소한 것이 많았으나 그냥 지나침 없이 그녀의 작품에는 그녀를 만든 고전을 찾는 재미가 솔솔하다. 쉽고 가벼운 것을 논리적으로, 어렵고 무거운 것을 경쾌하게 말하는 저자의 재치에 감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