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중국소설은 내게 설레임을 주었다. 무엇보다 '위화'라는 작가를 알게 되면서 서민들의 삶의 애한이 담겨진 풍자극을 볼수 있었고 문화혁명 시기의 생활을 엿보아 간접적으로 그 고통을 느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쑤퉁'을 읽을 것이다. 중국문단의 선봉장 이라는 명칭을 갖고있는 작가. 삶을, 여자를, 잔인하게 어둡게 표현한다고 하는데 어떤 매력을 지녔을까?

 

[마씨집안 자녀교육기]를 집어들었다. 따귀 한 대에 인생의 쓴 맛, 단 맛이 담겨 있다는데 그 맛을 알수 있다면, 내 뺨을 대고 싶었다. 어찌 처음맞는 따귀로 인생의 맛을 볼 수 있겠는가. 살아오면서 무수한 상황들로 인해 수도없이 때리고 맞아온 삶과 비교를 할 수 없을 것이다. 4편의 중편선이 들어있는 작품이다. 그 중 아버지 마헝다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뺨을 그의 손에 대어주던 마쥔을 잊을수가 없다.

 

눈먼 아버지 마헝다, 남의 따귀를 때리기를 좋아하며 그것이 유일한 가정교육이다. 짝짝짝 마쥔이 따귀를 맞을때 얼마나 아프던지 얼굴이 얼얼하고 불에 덴 것만 같다. 그러나 그는 아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 이었던 것이다. 마쥔이 허망하게 죽어갈때에 그 흘리던 눈물을 아들 취직자리를 알아보기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애원하던 모습은 역시 아버지라는 이름을 새겨주었다. 또한 당신이 생각하기에 최고의 효자 마쥔, 입으로는 마헝다를 욕하나 삶이 끝날때 아버지를 져버릴수가 없었다. 엘리트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교육이 아니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아버지만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중편이라서 아쉬었다. 마헝다 마쥔 그의 아내 장비리의 녹록치않는 삶을 더 듣고싶다.

[1934년의 도망]은 여자라고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1988년작이라서 그런지 삶이 이보다 더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을까? 이렇게 처참하고 무참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 혹시 이것이 '쑤퉁'이란 말인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여성은 더욱 비참한 인생이니 한숨이 나온다. 또한 그녀의 이름조차 없다.

[양귀비의 집] 서로 엉키고 설켜있어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다. 한남자의 한이 그것도 아이의 친아버지라는 사람의 만행으로 집안을 몰락 시키다니... 읽는내내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결혼한 남자] 이 중편선들 안에 지극히 평번한 작품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정상적인 이야기 였다고 해야하나?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아내와 아들을 둔 한없이 무기력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집안살림은 가압류 당하고 아내는 집을 나가지만 이혼만은 하지 않는 로맨스를 간직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는 너무 냉정하여 그를 숨쉬게 하지 않는다.

 

'위화'에게 눈물과 감동이 이었다면

'쑤퉁'은 잘 모르겠다. 무엇이라고 분명하게 말 할수가 없다.

그의 안에선 사람들은 쉽게 죽는다. 아무감정 없이 묘사하고 있다. 마치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자는 것처럼 탄생과 죽음이 일상적이다. 기쁨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지극히 현실적이다. 고단한 삶에 희망이나 환상이나 미래는 언급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만 살아갈 뿐이다. 3인칭 시점이라서 주인공들의 속마음을 알수 없어 동정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건 "당신은 이들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 않은가!!" 의문을 품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좋아하는 일은 쉽사리 질리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말이있 듯 원만한 내 독서를 위해서 '쑤퉁'이라는 작가는 두번째 마음에 담아 두어야겠다. 그가 다시 생각날때 쯤 다른 작품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고싶다. 이 마음을 빨리 식게 할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