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첫느낌은 그랬다.
'어디 두고보자'  하고, 험잡을 준비 단단히 하고 ( 왜 그랬냐고 묻지는 마라. 장동건도 아니면서 표지에 얼굴 사진 클로즈업 가득 담아놓은 부담 때문이라고 답해버릴지도 모르니-> 박찬욱식 썰렁 유머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 몇장에선, '그럼, 그렇지' 별로야. 괜히 두권 세트로다가 샀어. 돈 아까워. 책모냥만 그럴듯해. 왠 자기 사진이 이리 많어.

그러다가. 어느새 이 거만한 캐릭터의 박찬욱이라는 사람에게 빠져들어 낄낄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해버렸다. '낄낄대다' 외에 그다지 진지하게 영화라던가, 삶이라던가, 감독의 고뇌라던가에 대한 성찰을 찾는다면 이 책은 NG일지도 모르겠다. 외부에 썼던 글들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이렇게 거만함 폴폴 흘리며 썼단 말이냐. 싶은 글들이다. 물론 그의 영화의 관객 혹은 그의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밌기만 하다. 가장 진지한 문제에 대해서도 '유머' 를 잃지 않고, 감정적이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아도 묘하게 설득적인 그의 어조에 빠져들고 만다.

죽이게 감동적인 장면, 찌릿하게 로맨틱한 장면, 기가막힌 반전 등에서 읽었던 부분을 또 읽고, 다시 넘겨 또 읽고 한다. 그런데, 이 책 읽다보면 웃겨서 읽고 또 앞으로 넘겨 또 읽고 하는 부분들이 있다. 107쪽. 너무 웃겨. 캬-.

그의 대표작들 '복수는 나의 것' , '공동경비구역 JSA' 에 대한 이야기들은 영화를 본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있었고, 제목만 들어본 데뷔작 '달은... ' 어쩌고랑 ( 정말이다. 책에 여러번 나오는데 제목이 절대 기억 안난다!) , '삼인조' 에 대한 애착들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고, 그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B급 영화 예찬' 도 새로웠다. 뒷쪽에 나오는 조금은 호흡 길다 싶은 영화평들. 영화광,평론가인 그의 전업에 가까운 글들은 지루했다. 워낙 영화보는게 좋지, 평해놓은건 거의 항상 지루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