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도 엄마를 잃은 주인공 미쓰코와 아빠, 그리고 그들에게 위로와 안식처가 되어준 '아르헨티나 할머니' 유리씨를 통해 또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부인을 잃은 후 딸인 미쓰코에게도 아무런 연락 없이 사라져버린 아빠.

알고보니 동네에서 미스테리로 여겨지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여자의 건물에 들어가 살고 있다.

당황함이 섞인 묘한 감정으로 그 곳을 찾은 미쓰코는 지저분하지만 왠지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는듯한 그 건물에서  그리고 유리씨에게서 점차 위로와 안정을 얻는다.

그 곳에 새로 둥지를 튼 아빠도 이해하게 되면서..

결국 유리씨는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그녀의 흔적과 새로 태어난 아기는 남은 사람들에게 또다른 희망이 되고 새로이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 늘, 참 담담하고 담백하지만 가볍지 않게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게 좋다.

책을 읽다보면 꼭 한 번씩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들고 저기 먼 하늘도 쳐다보게 하는 아련한 매력의 바나나.

그녀의 책 읽기는 꾸준히 계속될 것 같다.

"거울을 보면 내 눈에 전에는 없던,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커다란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이가 덜덜 떨리는 공포와, 평생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병원 복도의 어두운 풍경을 본 대가로."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숨을 쉬고 살아 있는데, 일찌감치 온 사방에서 밀려드는 그런 사소한 저주들 때문에 이미 죽은 사람 취급당하고 만다. ...........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살아 있다. 절대 마음속에서 미리 묻어서는 안 된다."

" '사람이 왜 유적을 만드는지 알아?' ............ '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일 거야.' 그건 인간이 영원토록 지니는 허망한 바람인 거야,

그리고 위에서 보면 목걸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신마저 부러워 매혹당하는 아름다운 빛의 알갱이지,라고 유리씨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