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릴 적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부터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리버보이’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수의

이른바 ’성장소설’이라는 책들이 있었고 우리도 최소한 한두권쯤은 읽어봤음직 하다.

하지만, 황석영 작가의 말처럼 우리나라 작가의 제대로 된 장편 성장소설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전쟁을 치른지 30~40년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내면서 시대와 민족의 현실과 아픔을 그려낸 대작 -이를테면 조정래의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이나 박경리의 토지와 같은-들은 있지만 한 개인의 내면적 방황과 아픔을 그려낸 작품은 없었던 것이다.

작가는 이 책 ’개밥바라기별’에서 주인공 준을 비롯한 주변의 또래들을 통해 스무살 안팎의 젊은 시절 우리가 겪었던,

그리고 지금 젊은이들이 겪고있을 방황과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육신을 가진 사람으로 잡다한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것과, 거기서 벗어나야 하는 무심함이 간발의 차이로

늘 함께 있는’ 것 같은 주인공 준이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나’에게 몰두하며 인생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누군가 내면에 지닌 것과 외면에 나타나는 게 다르다는 것은 그가 세계를 올바르게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자신의 또다른 존재에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언제나 내 몸 근처의 한 걸음 곁에 따로 떨어져서

나를 의식하고 관찰하고 경멸하거나 부추겼다. 나는 그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안과 바깥이라는 불완전한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누구인가."

사회의 억압적인 제도를 재생산할 뿐이라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둔 뒤무전여행으로 나라 안을 돌아다니고

유치장에서 만난 대위라는 사람을 따라 전국의 공사판을 따라다니며 학교를 떠나,집을 떠나, 책을 떠나 몸으로 부딪히며

오늘을 사는 진솔한 삶의 방식에서 어느 정도 위안을 얻고 조금 나아가지만,

다시 돌아온 현실은 여전히 모든 것이 표면적이고 너무나 시들하여 자살시도를 하기에까지 이르른다.

그 후 입대하여 베트남전에 파병되기 전 3일간의 휴가 동안 서울로 돌아왔던 준은 이 모든 자신의 내면적 고독과 방황,

불확실성에 대하여 돌아보며 다시 군용열차에 몸을 싣는다.

"문득 이제야말로 어쩌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출발점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으며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따위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 대위의 말대로 사람은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니까."

흔히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청소년 권장도서 정도의 느낌을 가지게 되는 듯하다.

하지만 준이만큼 치열하게 자신에 대해, 삶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며 부딪히며 성장기를 보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달아버린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우린 아직도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방황하는 청춘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