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상실과 치유,극복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난 <키친> 이후의 책들을 먼저 접했었는데, 그녀의 첫 작품인 이 책을 읽어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가까운 사람을 잃어버리는 상실이든 자기 자신 안의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든, 그녀는 마치 자신이 그 모든 상황을 직접 겪고 느낀 것들을 글로 풀어내는 듯하여 가슴에 스며드는 울림을 만들어 낸다.

'키친'과 '만월' 두 작품에서는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와 그녀에게 큰 힘이 되주었던

유이치와 그의 엄마 에리코씨의 교차되는 상처와 위로,극복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저 행복한 여름,그 부엌에서. ........ 하루하루, 내일이 오면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즐거움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 나는 그렇게 하여 즐거움이 무언지를 알았고,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기분이 안 든다. 그래서, 이런 인생이 되었다."

그리고 '달빛 그림자'에서는 애인을 잃은 사츠키와 형과 애인을 동시에 잃은 히라기,

그리고 신비로운 매력의 우라라를 통해 또다른 상처 감싸기를 보여준다.

"나는 행복해지고싶다. 오랜 시간, 강바닥을 헤매는 고통보다는, 손에 쥔 한줌 사금에  마음을 빼앗긴다.

........ 나는 이제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시시각각 걸음을 서두른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갑니다.

한 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