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우연히 EBS의 한 다큐 프로그램을 중간부터 보게 되었는데, 방송 중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실험이 있었다.

 하나는 넓은 도로의 횡단보도 중간에 서서 하늘을 가리키며 계속 쳐다보는 실험이었는데,

한 명일 때와 두 명일 때는 사람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세 명이 서서 위를 바라보고 있자 길을 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쳐다보더라는 것이다.

(심리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3명부터 집단이라는 의식이 생겨 사람들의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진다)

또 하나는 미리 지시받은 여러 명의 연기하는 피실험자와 실제 실험대상인 한 명의 피실험자가 문제를 맞추는 실험이었는데,

선의 길이에 관한 객관식으로 어린아이도 풀 수 있을만큼 쉬운 문제였다.

하지만, 예를 들어 C선이 제일 긴데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A라고 답하는 식의 상황을 몇 번 겪자 실제 피실험자는 결국 다른 사람들의 답을 따라가고 말게 되었다.

TV를 보면서 와...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놀라움과 흥미로움이 함께 일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스키너의 심리상자'를 읽어보니 방송 중 보았던 실험들이 20세기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행해지고 사회적으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 시험들의 응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제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인간 행동의 이면에 숨겨진 심리를 파악하고 인간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도전적인 실험들 10가지를 소개해준다.

물론 그들의 실험이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기도 하고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자 한 그들의 도전정신과 용기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개인에 따라 약간 흥미가 덜한 주제도 있겠지만, 우리 자신에 대한 관찰과 실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다보면 어느새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듯 하다.

" 이 실험은 그 어떤 실험보다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어리석음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