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은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철학책에 철학이 빠져 있고,

시집에 詩가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모든 책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제 몸속에 갖고 있다.

자기가 관심 없는 책에 별 하나를 매길 순 있다.

그렇다고 그 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순기능이 아니란 판단을 뒤집어 보면 순기능 또한 있다는 말과 같다.

그 책에 눈길을 주는 이들한테는 말이다. 

과연 [좀비 습격사건] 속엔 무엇이 있을까?

막연한 공포가 들어 있기보다는 블랙코미디(black comedy)가 도사리고 있다.

블랙커피 마시며 블랙코미디 뜻을 살펴보자 :

“잔혹하고 기괴하고 통렬한 풍자를 내용으로 하는 희극”(네이버 국어사전).

그렇다, 이 소설은 겁먹자고 쓴 게 아니다.

바로 깔깔대며 웃자고 쓴 것이다.

작가도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는가.

"스스로 권태로워지기에 이력이 난 세상,

재미에 갈급한 세상을 향해 ’여기!’라고 쓰인 손팻말을 흔들어주고 싶은 소설"
이라고.

‘좀비’, 이 단어엔 으레 다음 감독이 떠올라야 영화 좀 본 사람이다.

공포 영화의 달인, 조지 A. 로메로(George Andrew Romero, 1940~)다 : 
예를 들면, <Night of the Livimg Dead>, <Day of the Dead>, & <Dawn of the Dead> 

또 다른 공포 영화의 귀신은 로메로와 나이가 같은 감독,

‘이탈리아의 히치콕’으로 이름난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다 : 
예를 들면,  <Zombie>, <Demons 1+2>, <Trauma>, & <The Stendhal Syndrome>
<반지의 제왕>으로 이름을 굵게 아로새긴 피터 잭슨(Peter Jackson, 1961~),
 그도  역시 다름 아닌 공포 영화(<Bad Taste> & <Braindead>)에서 출발했다. 

자, 이들 영화의 공통점도 쓴웃음 속에 감춘 박장대소!

서양인들은 공포 영화를 코미디로 생각하는 것이다.

 

우선 이 소설은 친근하게 다가선다.

예술의 거리로 널리 알려진 대학로 때문이다.

대학로 덕분에 좀비는 더욱 설득력을 가지고 활개를 친다.

꿈과 낭만의 거리에서 무슨 이야기인들 못하랴.

저마다 다른 속셈을 가지고 좀비와 관계를 갖는데,

과연 그 뜻이 이루어질까?

심지어 좀비와 사랑에 빠지는 엉뚱한 박사도 있다.

사건이 꼬리를 달고 터지는데, 좀체 좀비가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마 거장 감독들의 영화 덕분에 좀비에 대한 신고식이 끝나서 그런가 보다. 
역시 우리 정서엔 좀비보단 달걀귀신이나 도깨비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더구나 아쉬운 점은, 문체가 긴장감을 줄이는 듯하다.

말하자면 글의 호흡이 너무나 긴 느낌이다.

사건은 급박하게 흐르는데, 글은 느긋하게 바라보는 형국이다.

마치 느린 동작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

짧게 치고 빠지는 순발력이 더 요청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웃긴 구석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우리 코미디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을진대

하물며 더 세심한 장치가 필요한 블랙코미디는 오죽하랴.

[좀비 습격사건]을 평한 문학평론가 정과리에 따르면,

"인간의 망상과 반성의 동시적 폭주를 보여주며 
대재앙 근처로 독자들을 몰고 가면서도,

재앙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버리거나 엉뚱한 화이트홀을 파서

기만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재앙의 사상 면에 끈덕지게 머무른다”,

는 알쏭달쏭한 촌평을 살짝 던졌다.

후배의 애씀을 가상하게 본 듯하다.

여하튼 한국 소설의 위기를 운운하면서 야심차게 쓴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 이다. 
앞으로 더 포복절도할 만한 재미난 이야기로서 우릴 습격하소서!

 ;  “괜찮아, 아직은” (소설 끝부분의 소제목으로 격려의 인사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