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를 꿰뚫어 알아채는 힘을 키우자!, 라고 외치는

이 책의 선전 문구는 다음과 같다 :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는 힘 = 간파력(看破力)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감춰진 속마음을 읽어라!

한눈에 봐도 꽤 선동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이 책은

일본에서 꽤 이름난 심리학자가 임상 실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간추린 심리술만 해도 무려 30가지다.

짧은 책치고는 정보의 양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은이는 독자들을 골탕을 먹일 뜻은 없는 것 같다.

대체로 책의 내용이 술술 읽히니 말이다.

독자들이 까다로운 전문 용어에 질릴세라

재미난 사례, 산뜻한 도표로써 책읽기의 흥미를 더한다.

일상에 도움을 줄 만한 얘깃거리로 가득한 [간파력]은

짭짤하지만, 더러 싱겁고 맹하다.

일본인답게 세세하게 쪼갠 글쓰기 방식은 인상적이지만,

숱한 심리 체계를 애써 낱낱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머리말에서 지은이는 “증거와 실증이 뒷받침된 학문적 이론이야말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천력과 응용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은이는 심리학을 하나의 교양으로서 갖출 것을 독자들한테 제안하는데,

그것이 “사람 보는 힘”과 믿을 수 있는 인재를 가려내는 힘”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교양을 무작정 쌓아 올리면 다 좋은 걸까?

이 책은 종종 처세술 길라잡이를 자처하는 듯하다.

학문적인 이론을 들먹일지라도 지나친 실용성은 부담스럽다.

야무진 일본인의 능수능란함이 역효과를 낳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이권이 끼어들고, 순위 다툼이 치열한 산업 사회에선 누구나 힘들다.

이런 버거운 상황을 헤쳐 나갈 힘을 길러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람 보는 힘이 따로 있기나 한 것처럼 꾸며선 아니 된다.

사람을 낚는 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기술만 가지곤 역부족이다.

삶에 대한 경외심은 어설픈 심리학을 창피하게 만들 것이다.

마음의 길은 저마다 다르다.

아무리 통계에 따른 관찰도 마음의 밑바닥에 다다를 순 없다.

물론 그리 가는 지름길이 뚜렷하게 뵈지도 않다.

약삭빠른 심리학이 교활한 처세술로 둔갑하지 않기를.

사람을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단순한 수치(數値)로 여기지 않기를.

족집게 도사들이 눈가림으로 내놓은 처세술 관련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현상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좀 더 자신의 안팎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단숨에 오른 산은 멋없다.

수려한 산세(山勢)를 즐기려면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

마음의 골짜기를 오르내리느라 쉴 틈이 없지만,

그 수고로움이 참살이 바람 아니겠는가.

얕은 지식으로 순간의 위기를 넘길 순 있다.

하지만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면 깊은 원천을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마음껏 놀아야 한다.

[간파력]은 간단히 파도를 넘는 힘일 뿐이다.

어떻게 드넓은 바다(마음밭)를 건널 것인가?

어떻게 감춰진 속마음을 헤아릴 것인가?

다음 여정이 우리 앞에 펼쳐진 듯

심층심리학이 낄낄대며 웃고 있다.

여전히 아니 보이는 마음의 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