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아미코의 지구별 환경 탐사 보고서]를 꼼꼼하게 훑고 나니,

여러 생각들이 어지러이 엉겨 끈적거린다.

흥미로운 뼈대를 갖춘 글쓰기는 반가운 일이지만,

아이들이 가벼이 책 속으로 나들이하기엔 내용이 꽤 무겁다.

그만큼 환경 이야기가 골머리를 썩이는 주제라서 그럴 테지.

우리는 곧잘 큰소리를 땅땅 치는 이들을 본다.

대부분 저들은 ‘땅’ 부자들이다. 
쯧쯧! 한심한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 땅(Erde)이란 말의 어원은?

‘사람’은 히브리어로 ’아담(adam)’이고,

‘땅’은 히브리어로 ’아다마(adamah)’이다.

아담(사람)은 아다마(땅)에서 나온 말인데,

곧 사람은 땅을 딛고 서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땅이 점점 더럽게 망가지고 있다.

푸르른 지구가 시퍼렇게 멍이 들면,

우리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더불어 만들어진 것(Mitgeschöpf)이다.

독불장군은 없다.

하지만 유달리 사람들은 독불장군이 되고 싶은가 보다.

저만 잘살겠다는 욕심을 부려 자기가 죽어 가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단순한 삶의 진리, 엄중한 자연의 이치를 일깨우는 고마운 책,

[UFO 아미코의 지구별 환경 탐사 보고서]을 다시 읽어 간다 :

- 우주 탐사선 :  아미코(Amico/친구)

- 대원 : 아니말로(동물), 플라토(식물), 미네랄로(광물), 게노

- 소속 : 파밀리오 행성계 가운데 세 번째 행성 비비(Vivi)

외계인들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기계(Amoco/사랑)을

몸속에 갖고 지구를 탐사하러 길을 나선다.

외계인의 눈으로 본 지구 이야기는 새롭다.

그러나 외계인의 관점은 곧 우리의 눈이다.

따라서 던지는 물음은 낯익다.

다만 글쓰기의 방법만 낯설다.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더라도 걱정거리는 줄지 않고, 오히려 나날이 늘어만 간다.

심각한 생태 위기를 학문의 장(場)에서 다룰 정도로. 

지난 80년대 이후로 불거진 생태학은 이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생태학( Ökologie)이란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서,

곧 삶의 공간(oikos/집)에 관한 이론(logos/모으기, 말씀, 뜻)인 것이다.

우리는  "너희는 땅을 지배하라(dominium terrae)"는 
창세기 1장 28절을  그릇되게 해석하였고, 
그로 말미암은 근대의 이분법적 자연 이해(res cogito/res extentia)는

돌이킬 수 없는 자연 파괴, 기계의 노예가 된 인간성을 낳고 말았다.

    

물론 이 책은 학문 이론을 앞에 내세우는 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환경 이야기를 풀어갈 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이 모든 걸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한 작가의 손길이 바쁘기 그지없다.

그런 탓에 어린이 책치곤 결코 얇지 않은 200쪽을 훌쩍 넘었으며,

수많은 대화, 물음, 그리고 정보가 드러난 행간이 너무 촘촘해졌다. 

‘환경 보고서’란 책의 특성상 충분히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아이들한테 주는 멍에를 가볍게 하는 데는 조금 모자라다.

삽화가 곳곳에서 어지러운 생각에 찬바람을 불게 하지만,

이미 터질 듯한 머릿속을 식히는 데 역부족인 것 같다.

어쨌든지 이런 환경 보고서는 자주 나와야 하겠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은 읽을수록 이롭지 않은가.

더구나 그 주제가 환경이라면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환경 문제는 배움과 더불어 행함이 중요하다.

작은 것 하나라도 삶 속에서 올바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