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템포로 세상과 만나는 즐거움

사뿐사뿐... 하늘하늘..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에는 여유가 묻어나 있다. 그녀가 여행하는 곳은 바쁜 일상과 첨단의 문명이 자리한 대도시. 하지만 그녀는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이런 곳에선 계획을 세우고 분주하게 움직여도 원하는 걸 다 볼 수 없는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는 도시의 시간을 무시한 채 자신의 느린 속도로 각박함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쫓는다.

그녀에게 여행은 끝마쳐야 할 숙제가 아니다. 오롯이 낯선 풍경에 다가가 그 곳에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따금 마주치는 골목과 카페, 서점과 작은 가게는 잔잔한 물결처럼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다른 여행자라면 스치고 지나갔을 작은 풍경들이 그녀에게는 순간 순간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여행의 순간들을 만끽하며 조용히 여행을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책 속에 담긴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웃음 짓는 아이들과 한낯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들, 일상의 때가 묻은 거리의 모습들 등등 여행의 일상치고는 무척이나 소박한 그 풍경들은 여행의 행복이나 즐거움은 특정 장소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시장을 누비고, 골목을 걷고, 강변을 산책하고, 공원에 들르고, 미술관을 둘러보았다. 런던에서의 며칠은 그렇게 지나갔다. 걷는 동안 커피 냄새, 베이컨 냄새, 감자튀김 내새가 느껴지면 어디든 들어가서 쉬는 시간을 보냈다. 돌아보면 신기하고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보다 내 마음대로 쉬는 시간, 바로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느리지만 더 많은 걸 느끼고, 볼 수 있었던 그녀의 여행기는 여행의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은 선물이었다. 놓치기 쉬운 여행의 풍경들이 놓쳐선 안된다고 생각하던 것들 못지 않게 기쁨을 주고 만족을 준다는 사실은 조급한 여행자들이 꼭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더 유명하고 더 많은 것들을 보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몸을 혹사하는 건 오히려 더 많은 '여행의 순간'들을 놓치게 만든다. 지나친 기대와 설렘을 잠시 접어두고서 여행의 일상에 눈을 돌린다면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은 낭만은 특별한 곳이 아니라 여행자의 마음과 여유에 달렸다는 사실은 여행에 있어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