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만난 행복한 사람들

지구촌 이웃들의 삶을 다루는 ’최윤영의 W’라는 TV 프로그램을 꼭 챙겨 보는 편이다. 지구촌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나라, 민족, 종교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에서 종종 다뤄지는 내용 중에 하나는 빈곤과 질병에 허덕이는 전 세계 아이들에 관한 것이다. 가난하기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하고 가난하기에 간단한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그 아이들의 모습이란 참담하기 그지없다.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먹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날카로운 새우껍질을 까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탓해 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부디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나은 환경이었으면 하는 바람만 가져볼 뿐이다.

나에게 있어 캄보디아는 그런 아이들이 살고 있는 ’못사는 사라’라는 인식이 전부였다. 좀더 보태면 앙코르 유산으로 그나마 고정적인 수입원이 있다는 정도...부패한 권력층, 무기력한 젊은이들,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대다수 국민들로 인해 캄보디아는 빈곤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들에게 이런 가난한 삶은 결코 벗어날 수 없고 당연히 받아들여야하는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할망정 불행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작은 소망을 가지고 희망에 찬 삶을 살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행복한 얼굴이다. 가난은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의  낙천적인 성격과 밝은 웃음을 빼앗아 가진 못한다.

써바이는 행복하다, 즐겁다는 말이에요.

아이들도 매일 ’써바이’하냐고 물어요.

프놈펜 갔다 와서 써바이?

오늘 우리 가르쳐서 써바이? 친구 와서 써바이?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한국을 떠나 캄보디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독특한 형식의 여행 산문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에서의 삶이 답답하고 소모적이며 불행에 가까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에서의 생활이 그들 자신에게 변화를 주었으며 일상에서의 행복과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아시아에서 후미진 무덥고 가난한 나라에서 어떻게 그들은 행복과 보람을 느낀 걸까? 아마도 ’물질세계’와 동떨어진 곳에서의 여유로움과 현지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캄보디아에 관한 여느 여행 책과는 달리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에는 앙코르 와트에 대한 내용이 없다. 그러나 오히려 캄보디아를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었고 책을 덮는 순간 따뜻한 물이 차오르는 아주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정말로 써바이 써바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