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이책의 겉표지를 보면서 가장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앞서나가는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약간 거만해 보이는 여성. 그리고 그뒤에 엉거주춤 서있는 것 같은 남성. 남성의 모습은 흡사 바바리맨은 연상시킬 것 같았다. 표지에 있는 물고기는 무엇이며 핸드백인마냥 어깨에 걸친건 무슨 설정이며, 제목도 이상하지 않은가..‘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니... 온통 희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표지와 제목에서 묘함을 느끼며 읽어간 책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그안에 담고있는  내용또한 묘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로 알려진 일본의 호시신이치의 쇼트쇼트 스토리의 연장, 그의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할까? 판타지 로맨스라는 기본설정을 성실히 지키며 독자에게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나라로 초대해 훔쳐보기식 사랑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를 떠올리다보니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를 탐험한 앨리스가 문득 떠올랐다. 저자가 교토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선보이고 싶어했다던데 그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한 책이었다고 말하고싶다. 기본 스토리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어 그녀의 뒤를 밟으며 이상야릇한 일들을 겪고 그녀 주변을 배회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수줍어서, 용기가 부족해서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고, 무모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은근 매력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도 만든다.

선배의 결혼 피로연에서 보게 된 그녀. 그러한 그녀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그.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자신이 없어 그녀 주위만 맴돈다. 그녀의 뒤를 쫓아가다가 흥미로운 일들의 연속인 그녀와는 달리 괴한을 만나고 어의없는 일들을 당하는 그, 그녀를 위해 냄새가 나고 뜨거우면서 매운 요리까지 먹는 희생을 하는 그. 공중부양을 하는 대학생이나 날아다니는 전차, 악랄한 수집가의 손에서 헌책을 개방한다는 헌책시장의 신, 듣도 보도 못한 희안한 연극 <괴팍왕>과 빤스총반장, 전설의 감기약 등 다양한 소재를 선보여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을 멋지게 들려주는 책.

판타지적 로맨스라는 장르가 무엇인지 여지없이 보여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독특한 이야기. 정말 애틋한 로맨스. 유쾌발랄 엉뚱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책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눈앞에 선한 아가씨의 모습과 그 뒤를 조용조용 걸어가다 휙~낯선 손이 낚아채가고, 그 손에서 벗어나와 쫓아가다가 또 휙~ 낚아채가고..하는 모습이 연상되던 책!

그러면서 입가에 웃음을 묻어나게 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