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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소설 장르을 오랫만에 손에 쥐고는 설레었다. 현직 의사가 쓴 의학소설은 그만큼 사실적 묘사가 뛰어나고
의료 미스터리는 또 다른 재미와 흥미를 가지게 해서 기대가 컸는데,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기 보단 의료 현실에
대한 비판과 고발성이 강하다.

책을 읽다 표지의 작가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가이도 다케루.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우리의 보건 복지부와
동일한 영역을 관장하고 있는듯하다. 일본의 여의사가 일본의 의료현실에 대한 비판과 고발을 하는데
우리의 의료현실을 보는것 같다. 저출산, 지역의료의 붕괴, 산과의 기피현상으로 내가 살고 있는 경남의
대부분 시군에는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어 원정 출산을 해야한다는 고발성 신문 기사도 보도 된적이
있어 이 소설의 내용이 그저 소설적 허구로만 느껴지지가 않는다.

주인공인 소네자키 리에는 수도 도쿄의 데이카대학 의학부 산부인과의 조교이자 병원내에서 얼음 마녀라고
불리는 인공수정 전문 여의사이다.
오랜 기간 동안, 도쿄 내 특정 지역의 출산을 책임져 왔던 유서 깊은 병원, 마리아클리닉이 산시 마리아 원장이
폐암 말기선고를 받고, 그의 아들이자 최북단 교쿠호쿠 시에서 20년이나 지역 산부인과 의료를 혼자 힘으로
책임진, 그리고 한명의 임부와 그 아기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가 권력에 의해 수갑까지 채워져
경찰에 체포되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게 된다.
마리아클리닉의 대미를 장식하는 임부는 다섯명. 초기에 한 임부가 유산을 하고 남은 네명의 인부중 자연임신은
34세의 아마리 미네코와 19세의 아오이 유미.
다른 두명은 인공수정 환자로 39세의 아라키 히로코와 55세의 야마자키 미도리.
다섯명의 태아는 거의 동시에 수정되었고, 1월부터 10월에 이르는 10개월의 임신 기간을 통해 불임, 인공수정,
낙태, 유산, 대리모, 기형아에 이르는 임신과 출산에서 발생되는 일들을 이들 임부들을 통해 보여 준다.

내용중에 조산사인 묘코는 말한다.
"아기가 생기면 내버려 둬도 엄마가 될 준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라고요. 아기한테는 세상을 바꾸는
능력이 있다고 했잖아요."
자연 임신을 했던 두사람중 아마리 미네코는 ’무뇌증’으로 태어나자 마자 반드시 사망하게 될 아이에게 10개월을
살았다는 증거로 이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 싶다고 아이를 낳겟다고 하고, 아이를 낙태하기 위해 찾았던 처음
병원을 찾았던 유미는 팔이 없는 중증 기형아로 태어날걸 알면서도 혼자 아이를 낳을거라고 하는걸 보면서
묘코의 말에 공감과 또 다른 한편 그게 팔없이 살아갈, 또 다른 기형이 드러날 수 있는 아이가 행복해 할 일인지
는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소네자키의 입을 통해 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인공수정을 필요로 하는 불임 부부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방법인 대리모 출산을 다루고 있다.
내 주변에도 의외로 많은 이들이 결혼 몇년차가 되어서도 불임으로 고통받고, 인공수정으로 인한 부작용과
엄청난 비용부담으로 힘들어하는걸 본다. 그나마도 성공이 되면 다행이지만 몇년을 실패하면서 가족의 붕괴로
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것 같다.

아라키의 배에는 그들 부부의 수정란과 리에과 기요카와의 수정란을, 엄마인 야마자키 미도리의 배속에는
자신과 전남편 신이치로의 수정란을 다른 하나는 자신과 기요카와의 수정란을 이식한것을 신의 영역이라 힐난
하는 기요카와에게 리에는 말한다.
"신은 모든 걸 알고 계세요. 제가 알 수 있는건 가능성뿐이지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역시 신을 따라갈 수는
없어요."

의료소설인 만큼 의학용어들이 많고, 저출산, 불임, 대리모, 지역의료의 붕괴등 고발성 내용들이 많아 지루할
수도 있는 소설인데도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산부인과가 있는 병원은 아니지만 병원밥을 먹고 있는 이라서 일수도 있고, 아이 둘 낳으면서 산부인과를
들락거린 아줌마여서도 일수 있고, 수지를 못맞춰 부도를 내서 안타까워 했던 산부인과 주치의를 알고 있어서
일 수도 있고, 분만을 하다 산모가 죽는 한번의 의료사고로 산과를 접고 부인과만을 하는 반쪽 산부인과 의사
의 안타까운 하소연을 들은적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