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팀까지 경기하기를 꺼린다는 마산에 산다. 롯데구단하면 빼곡하게 들어찬 사직구장의 열성팬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마산의 롯데사랑도 그 못지 않다. 시즌중에는 술자리 주안주꺼리고, 가족들 다
모이면 40% 육박하는 인기드라마 보다도 우선이다. 오죽하면 직장 아침 수다 메뉴도 롯데경기 승패
가 오르내리다보니 야구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가 없다.

마침 롯데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렵사리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가을야구를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어제 첫경기에서 환호성이 절로나게 하는 통쾌한 승리를 거둬 이 책 리뷰를 쓰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여자는 야구를 잘 모른다? 글쎄, 꼭 그렇지 만도 않은듯하다. 요즘 공중파 말고도 각종 스포츠 전문 
케이블 TV를 통해 중계되는 경기를 보면 열혈팬들중에 노소를 막론하고 여자들이 자주 조명된다. 
특히 미인대회 나가도 될만한 이쁜 미스들도 자주 비치는걸 보면 여자들에게도 통하는게 야구인 것 
같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같은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팀이 롯데와, 삼성 두개구단 뿐일만큼 그리 길지 
않은 프로야구사 동안 많은 스타들이 배출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기억하는 인물들만 해도 롯데의 
박정태, 전준호, 최동원,공필성(특히 내가 좋아했던 롯데 선수들) 이만수, 김시진, 이승엽.. 그중에
서도 나는 MBC청룡 시절부터 당시 최고의 유격수로 등번호 7번을 달고 뛰던 김재박이 제일 좋았더
랬다. 얼마전 롯데 홍성흔과의 타율경쟁에서 불미스런 경기운영을 해서 네티즌들에게 몰매를 맞고 
계약기간 3년내내 저조한 성적으로 자리를 물러나고 그라운드의 여우라 불리며 어쩌면 재미없는 야
구를 한다는 평가고 받지만 나는 이유없이 롯데가 아니면 그가 있는 팀을 응원했었다.

팬의 한사람으로 그가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더 좋은 모습으로 그라운드로 복귀하기를 바래 본다.

이 책은 재밌다. 쉽다. 그래서 책장이 잘 넘어간다.

야구를 잘 모르던 여기자가 2년동안 프로야구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야구 이야기를 그림을 보여주듯 
쉽고 맛깔나게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 장을 넘기면서 웬만큼 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경기 해설을 들어본이라면 기초적인 내용이라 생
각을 하겠지만 주먹구구식으로 귀흘림으로 들었던 걸 잘 다듬어 차근차근 알려줘 글을 읽다보면 
머릿속에서 그라운드가 그려지고 어쩌면 몇몇 경기가 떠오를 수도 있을거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감독이라 일컬어지는 김인식 감독을 비롯해서 8개구단의 감독과, 
야구해설자들, 최고의 선수들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흥미롭게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는 이미 우리들이 잘 알고 있고, 수다메뉴나, 술안주꺼리로 자주 오르내리는 이야기들도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내용보다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어 오히려 아쉬운것도 있다.

요즘에야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도 가능하지만, 내가 한참 야구장에 들락거리고, 롯데가 승승장구
하던 90년대말만 해도 시즌중 몇게임 하지 않는 마산 저녁경기를 보기위해 오후 두,세시쯤 따가운 
여름 햇살아래 부채 하나 들고 길게 줄지어 서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온 경기장이 홈팀 응원이라 따로 1루에 앉을 필요도 없었다. 늦게 도착해서 외야쪽에 앉아 
응원을 할때쯤엔 모르던 사람들도 치킨이니, 횟감을 안주삼아, 소주 한잔 서로 권하며 경기를 즐겼었다.

결혼하고 아이들 어려서 몇시간이나 하는 경기를 보기 힘들어 경기장 안가본지가 오래다.

올해들어 큰녀석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야구놀이를 하는지 부쩍 관심이 많다. 덩달아 7살 둘째 녀석도 
애니메이션 대신 야구중계를 양보하고, 연신 질문인걸 보니 야구장가서 볼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이 책은 보고 듣고 겨우 이해만 할줄 아는 나에게 이런 저런 돌발 질문을 해대는 아들 녀석 땜에 살짝 긴
장을 하고 있는 내겐 딱 안성마춤인 책이었다. 어제경기를 보면 야구 해설에서 책 본문에서 설명했던 
‘테이블 세터’라는 말이 나와 혼자 싱긋 웃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뒀다면 이 책을 읽고서 조금은 알은체도 하고, 같은 취미를 가
져보는 즐거움도 생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