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느낌!

가로 13센티, 세로 17센티.. 작은 백안에도 쏙 들어갈법한 문고판 사이즈의 작은책.

길쭉한 팔다리를 한 봄을 닮은 소녀같은 젊은 처자.

유지혜, 제제, 스물센, 98일간의 기록, 마이 리틀 트래블 스토리~

어쩐지 표지를 한참 들여다 보게 하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곤 여백에 물음표 하나(?),   정말로 작은 활자에 책을 30센티쯤 멀리 밀어내서 보게된다.

마흔 넘어 노안이 오기 시작한 이들에겐 상당히 불친절한 책이다. ㅎㅎ

모델일도 한다는 작가의 책속 내용에서도 짐작이 갔지만 참 단아하고 동양적인 미가 가득한 팔딱 거리는 청춘의

당당하고 생기 넘치는 여행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한면은 98일간의 여행에서 보고 듣고, 만나고 느낀 그녀의 기록들이 그려져 있다.

 

P59. 피렌체의 레스토랑에서

몸집만한 배낭을 메고 달걀프라이에 라면만 먹는 여행만이 '진짜여행'인것은 아니다  한껏 차려입은 멋진 모습에 가장

자신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음식과 이야기를 천천히 즐기는 것도 진짜, 여행이다.

 

P137. 퐁피두 서점에서

스스로 남보다 조금은 더 깊은 애정과 관심을 지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내 오만이었고, 눈앞에 별천지처럼 펼쳐진

예술의 글자들 앞에서 나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무지함이 수많은 책들 앞에 발각되는 순간.

 

P183. 런던행 비행기안에서

혼자 있으니 조용히 흥분할 일들이 더 많이 생긴다.

아주 은밀한 흥분,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물이나 사람, 배경을 볼 때 그걸 누군가에게 가벼운 수다로 전하지

못하니 결국 글이나 그림으로 옮기게 됐다. 그 과정이 흥분된다.

 

P197. 런던의 거리에서

여행은 마음의 문제,  여행하는 마음만 있다면 거리로 나가 도시사람들의 흔한 발걸음속에 섞여 걸어가도 전혀 평범

하지가 않다.  들뜬 걸음탓에 벅찬 마음을 자꾸 들킨다.

늘 전체를 보는 사람이기를,  일상이 여행인 사람이 되기를, 어떤 것을 봐도 특별함을 주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며.

 

P217. 런던의 카페에서

안녕하지 않은 날들이 많다.  조용하게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 날들도 있다.  여행이 그렇다

어느 순간 여행과 생활의 경계를 허문다.

 

P243. 떠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

여행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란 말이 맞다.

스물 셋 젊은 아가씨가 당차고 자신의 대한 애정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오랜만에 읽은 여행 에세이에 자극받아,  그제는 직장 동료 두명이 함께 휴가를 내고 하루 동안의 일탈로 인근 통영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 학교 마치고 학원가기전에 저녁밥이라도 챙겨 먹이려면 저녁 시간 하나도 자유롭지 못한 일하는 엄마들 셋.

출근하듯이 나와 퇴근시간에 맞춰 귀가하려니 빠듯했어도 그리 억울한 마음도 없는 엄마들의 하루 외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하루는 꽤 오랫동안 지친 마음에 활력소가 될것 같다. 여행은 마음의 문제요.  여행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란 말이 더 없이 공감된다.

 

누군가에게 들었었지...

할머니 친구 두분이 해외여행을 가기로 하고 평생교육원 여행 영어회화반에 들었더란다.  가이드도 붙는 몇박 며칠

의 여행이었음에 몇달간의 과정을 들으며 얼마나 기대도 되고 설레었을까?

여행을 다녀온 두분은 다음 여행땐 카메라를 배우기로 했단다.  좋은 구경을 하다보니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고

글로 옮기고 싶어서 였다는 말을 듣고 대단하신 분들이라 감탄을 했었는데,  TV에서 소개하는 여행 프로나 책으로만

공감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닌 내 자신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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