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겸손하게, 착하게, 따뜻하게....

서문에서 작가는 말하고, 마지막 장까지 그 말을 잘 지켜내고 있다.

S는 어려운 말로 가르치지도 않고, 어설프게 위로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거리, 기억상실증, 당신, 띄어쓰기, 무게, 수세미, 이별, 점검, 남자, 메모리, 연애의기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란

소제목을 보듯 어떤 틀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을 끄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박한 글이다.

짧게는 한줄로, 길어도 한두페이지 안에 일상을 담아, 내 이야기인듯, 내가 쓴 일기인듯, 내가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옮겨놓은 메모인듯 하다.

작가는 70년생 마흔 중반의 아저씨란다.

외국에서 한국사람을 만나거나 타지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면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꼭 알고 지냈던 사람인냥

반갑다. 그만큼이나 어떤 자리에서 동갑을 만나면 더 없이 가깝게 쉬이 친해지는걸 경험한다.

그래서인가? 나고 살아온곳도 살아온 방식도 다름에도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공유해온 기억들을

틈틈히 발견해서 이 책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 더 느껴지나보다.

작가가 말하듯, 글 속에 나 자신을 넣어 읽고, 점잖지 않게 마음의 빗장을 열고 읽고, 글을 읽다 떠오르는 이가

있어 잠시 추억에도 잠겨보고, 내 주변 1M안의 삶과 사람을 떠올리며 읽었다.

#거리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끼는 간격, 보통 서러 마음을 트고 지낼 수 없다고 느끼는 감정..

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는것.

#당신

내가 꿈을 이루는게 아니라 꿈이 나를 이끌어주는 것처럼, 마음이 몸을 움직이는게 아니라 몸이 마음을 다잡아준다.

#띄어쓰기

사람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때 더 편하고 아름답다.

#무게

적절함을 유지하는 관계, 적당한 거리를 두는 관계, 깊지도 얕지도 않은 관계

- 가벼운 관계도 싫고, 무거운건 더 싫은..그런데 가끔은 그게 다 옳은건 아닌것 같더라.

마음이란게 그리 계산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좀 정 없고 건조한것 같지 않은가.

관계는 내가 주는 만큼 돌아오더라. 내가 대면 대면 한만큼 상대도 같은 길이, 무게만큼 나를 생각한다는거다.

#점검

누군가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어온다.

정말 행복하다면 몇점이나 줄 수 있냐고 다시 물어온다.

그럴 때면 스스로 다시 묻는다.

영감을 잃지는 않았는지, 여전히 호기심으로 가득한지, 내일을 사랑하는지, 친구와 가족과 함께 더 가깝게 지냈는지,

내 마음을 잘 조절했는지, 남을 도왔는지, 운동은 했는지, 두려움에 맞섰는지 아니면 피했는지, 내가 잘하는 일을

했는지..

- 빵점도 아니지만 백점도 아니다며 쉬워 보이는데 어렵다는 그 질문을 내게도 해본다.

일을 할때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히 챙기는 데 가끔 이런 물음표를 스스로 던져보며 살아야겠다.

#메모리

제한된 기억공간에 난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까?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 사건들,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기억의 일부는 화석처럼 굳어서 내 머리가 아닌 기억에 저장되곤 한다.....

- 내가 자주 말하는것 중에 하나다.

컴퓨터 메모리 장치만 용량이 있는게 아니다. 사람의 기억 용량에도 사람마다 차이는 있어도 무한하지는 않는데

사소하고, 오래되고, 잊어도 좋을것들을 다 기억하다보면 진짜 기억해야 할것들을 잊지는 않을까.

최근에 이삿짐을 싸다보니 몇년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 많아 골라서 버리는 작업만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정리하고 비워진 공간에 새로운 물건들이 들어가고 여유가 생기듯 기억도 정리할 필요가 있는것 같다.

남편은 기억력이 참 좋다. 중요한게 아니면 잘 잊고 안좋은 일은 마음에 잘 담아두지 않는 내 성격탓에 아주 가끔

말다툼이라도 할라치면 난 항상 질 수 밖에 없다.

평소에는 긍정적이라 스트레스도 덜 받는 장점이 그럴땐 단점이 되더라 ㅎㅎ 그래도 난 비우면서 살고싶다.

좋은것만 기억하고 살기에도 모자란데 섭섭하고, 안 좋았던 기억들을 기억하기엔 내 메모리 기능이 허약하다.

#연애의 기술

밀당은 결코 연애의 기술일 수 없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표현하는 게 맞으리라.

애써 숨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과장되진도 않은 그런 사랑. 상대를 밀고 당기는 밀당이 아닌,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연애의 기술이다.

- 꼭 남녀간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지 싶다. 부모 자식간에, 친구간에, 동료간에, 부부간에 모든 관계가

그런게 아닐까 싶다.

#진심

진심은 말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보이는게 아닌 거였다.

'진심은 보고 싶은게 아니야. 듣고 싶고, 느끼고 싶은 거지'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내 안의 내가 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본지도 오래였던것 같다.

예전에 박경리 선생님의 일상을 소개한 글을 보고, 내 노년에 대한 꿈을 그려 본적이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소일 거리도 되고, 내 먹을꺼리 마련할 텃밭이 있는 창이 넓은 아담한 한옥을 지어 보리라

사방이 책으로 둘러쌓인 책방 하나에 앉은뱅이 큼직한 나무책상 하나 들이고 시도 읽고 글도 쓰는 그런 선생님의

일상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S를 보니 꿈을 꾸기만 할게 아니라 거창하게 글쓰기가 아니라 하루 하루 내 일상에서의 느낌, 생각들을 이렇게 붙잡아

둬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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