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싸우면 나는 어떡해요> 라는 제목만으로도 내용이 짐작이 간다. 
아이 낳고 키우며  기억저장소의 용량이 한계가 있는건지 시간이 갈수록 예전 기억들을 잊어가면서도
잊혀지지 않는것 중에는 부모님이 싸우던 기억들은 단편적으로 남아있다.  
어린 맘에 그때 부모님이 싸운 이유야 알수 없지만,  지금 내가 결혼 생활을 하다보니 짐작이 가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싸울때면 동생들 데리고 작은 방에서 숨도 크게 못쉬었었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때는 할머니를
의지했지만 돌아가신 후에는 동생들을 부모님 싸우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던것
같다.  또, 늘 약자 입장이든 엄마편을 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달려가 편들지 못한게 마음에 걸리
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우리 형제들이 자라고, 부모님 연세도 많아지니 큰 싸움도 없어지긴 했지만 어릴때의 기억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나는 그러지 않으리라 했다.  내 아이들이 나와 같은 기억들을 담지 않았으면 했지만
아주 가끔은 그걸 잊고 큰소리를 낸다.
남편도 무던하고,  싸움보단 무관심이 더 큰 벌이라 여기며 소리없이 냉전을 하기도 하지만 그 조차도 
아이들은 긴장하고, 눈치를 본다는걸 느끼고는 깜짝 놀란다.  
그래서인지 부부싸움도 오래가질 못한다.  아마 둘만 살았다면 더 크고 더 길게 냉전을 하였겠지만
아이들로 인해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다. 

이 책의 토비는 계단을 오르다 멈춰선다.   엄마 아빠 목소리가 계단까지 들려오는걸 보니 또 싸우는 모양이다.
그래서 토비는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푼타 아줌마랑 고양이 모세랑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과 팬 케이크 구울 준비를 하면서 푼타 아줌마는 말을 해준다.
"세상에 싸움이 없을 수는 없단다.  사람들이 어떤 때는 자기를 보호하기도 해야 하고,  어떤 때는 자기 생각
을 말하기도 해야 하고 또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도 해야 하거든."
싸울때는 모두들 자기는 잘못한 게 없고 남이 잘못했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어떻게 아느냐는 토비말에
푼타 아줌마는 반은 노랗고 반은 빨간 사과 하나를 들고  노란쪽에 서있는 엄마는 노랗게 보이고, 빨간쪽에
서있는 아빠는 빨갛게 보이니 둘이 서로 싸우면 둘다 조금씩 맞고 조금씩 틀리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있는 토비는 한가운데 있는 씨앗 같아서 누가 옳다고도 한쪽만 고를수도 없으니 한번은 이쪽
또 한번은 저쪽을 먹으면 됀다는 말에 토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놀라운 생각을 해 낸다.
토비는 사과 하나를 여전히 싸우고 있는 엄마 아빠방 창문으로 던지며 외친다.
"이거 보세요.  엄마 아빠는 사과고요,  나는 사과 속 씨앗이에요."

엄마 아빠는 더 싸움을 계속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뜨끔했을것 같다. 
내가 어릴때도 푼다 아줌마 같은 분이 조언을 해주셨다면 숨죽여 안타까워하지 않고 엄마 아빠의
다툼을 그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남편과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울일이 생길때면 이 책의 토비의 말이 먼저 떠오를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