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만나는데는 계기가 필요하다. 
작가 이외수에 대한 아느바 없이 언론에서 스치듯 본 겉모습에 선입견을 가졌나보다.
어쩌면, 독특하고 기발한 언어유희와 친한 사이에서도 조심스레 할법한 직설적 화법에 불편함을 느꼈음 일까?

윈드윙님의 추천으로 만난 이외수 작가님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첫만남 부터 설레인다. 
눈에 띄게 키가 큰,  나란히 꽂힌 책들사이에 단연 돋보이지만,  책 가득한 생생한 야생화와 숲속으로 날 데려갈듯한 꽃향기에 
취한다. 
너무 특이한 발상과, 정태련화가님 께서 그리신 55종의 야생화에 반해 이 책은 작가 이외수보다 더 먼저 나를 유혹한다. 

작가는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칩거한다는데, 인터넷의 힘은 너무나 커서 온갖 신조어나, 세태에 대한 해박함을
남자와, 여자를 향해 독설을 내뱉는데 왠지 낯이 설다. 
나도 모르는 숨은 나를 말하고 있어서 일까?

여자는 자신이 '먹고 싶은 대상'으로 보여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싸고 싶은 대상'으로 보여지는 현상에 절대 관대
하지 못한 성정을 가졌다면 냉소와 독설을 내뱉고, 속물근성과, '예뻐지기'는 모든 여자들의 지상명제다는 말엔 뒤틀리는 맘도 
생긴다. 
작가는 그런 여자들을 꽃으로 비유한다는 사실이 꽃에 대한 모독이라 한다.  
겉으로 화사해도 내면에 간직된 향기가 없는 가화이며  간혹 정신 나간 벌나비가 속아서 날아오더라도 절대로 오래 머무르는 
법이 없으니 진정한 사랑도 기대할 수 없다 말한다. 

작가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외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말한다.

친구의 조언따라 외로움에 대한 부분을 줄긋고 읽어본다.

외로움을 겁내지 말라.
그대가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그대의 뼈저린 외로움은 물리칠 방도가 없으리니,
외로움은 평생의 동반자,  비록 그대가 마침내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 하다라도 그놈은 한평생 그대 곁을 떠나는 법이 없으리라.

그래,  특히 요즘은 이말을 실감하며 산다. 
어차비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 가야한다면,  눌러 이기거나 함께 즐길수 밖에.....

격외옹 이외수의 문답에는 철학이 있다. 
문하생의 '사부님 왜 비행기는 후진이 안 될까요'란 질문에  
'새들은 후진이 안되는데 하늘은 전후좌우가 없기 때문이다.' 라 한다. 
'물은 상류와 하류가 있는데 물고기는 왜 후진이 안 될까요' 란 말에는
'상류로 전진하고 싶을 때는 힘차게 지느러미를 움직이면 되고 하류로 후진하고 싶을 때는 물살에 몸을 맡기면 되고,
물살보다 빠르게 하류로 가고 싶으면 몸을 돌려야 겠지' 라 한다.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말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교훈이다.

	어리석은 물고기는 하류로만 흐르는 물살을 불평하지만 지혜로운 물고기는 하류로만 흐르는 물살에 감사한다.
페이지 : 116

요즘들어 주변인들 중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신경안정제를 먹고,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들의 크기가  타인이 겪고 있을 고통의 크기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병은 곧 몸의 병으로 나타나 진단되지 않는 병들로 시름 시름 앓는걸 보며 안타까워 했는데
작가의 말로 처방전 하나를 내놓는다.  당장 치유의 진전은 없더라도 참고할만 하다.

' 빨리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싶다면 고통을 겪고 난 다음에 얻어지는 자기성찰 정도를 보너스로 생각하고 생로병사, 희로애락
을 오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

' 누구나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주인이다. 
그러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면 자기의 인생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주인이 되기는 힘들다. '

작가는 책의 첫머리서부터 마지막 까지 사랑을 이야기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꽃들은 사랑의 아픔과 연계해서 태어난다.   이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인간도 사랑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 사랑하라는 말은 행복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페이지 : 첫장에서..

	사랑에도 크기가 있다. 소주잔만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김칫독만한 사랑도 있다. 개여울 만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태평양만한 사랑도 있다. 인간의 경우 사랑의 크기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크기와 정비례한다.
페이지 : 끝자락 237 에서..

모르면서 겉만보고 외면하는 오류를 범할 뻔 했다.  
마음을 열고,  이순에 접어든 소설가 이외수님을 책으로나마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류근 시인이 붙인 격식을 버리고 살아가는 노인이라는 의미가 담긴 '격외옹(格外翁)' 별호는 딱이다.^^

이외수, 정태련, 윈드윙, 외로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