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감탄하고 서로를 존경하는 사이였다.’ 이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서른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소리를 들어며 결혼하기 전까지 내가 결혼할 상대의 우선 조건은 ’존경할수 있는’ 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호감을 가지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기 까지 사랑의 유효기간보다 존경의 유효기간이 조금 더 길다고 여겼음일까?

어쨌건 10여년 세월이 흐르며 사랑도, 존경도 퇴색해 가지만,  그 기억만으로도 앞으로의 10년은 느끈하리라. 
그 이후도 다가올 10년으로 또 채울것이다.

이 책은 친구 순오기쌤이 먼저 읽고 추천해 주신거다. 
순오기쌤이 같은 책을 읽고, 공유함은 묘한 연대감을 느낀다고 했는데 올 가을엔 그런 연대감이 그리웠나 보다.

요즘은 책을 펼쳐 들면 저자를 아주 꼼꼼히 보게 된다. 
장 자끄 상뻬 (Jean-Jacques Semp’e)  프랑스작가로 데생과 수채화를 그린 화가이고, 주요 작품으로 랑베르씨,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가벼운 일탈, 아침 일찍.....
어떻게 하나도 없을수가 있는가? 
새로운 책, 장르, 작가를 만나는 것에도 도전이 필요한가 보다. 

책을 받고서 얇은 두께에 놀라고,  왼쪽의 글부분이 글 폰트가 너무 작은거에 놀라고,  오른쪽 그림부분의 단순하게 그린 일러스트식 그림에 놀란다.  
책의 내용보다 그림에서 작가의 마음을 먼저 느낀다. 
군중속에서 홀로이고,  연인과 같은것을 보고 있어도 외롭고,  친한친구와 어울려 놀아도 외롭고,  감탄하고 서로 존경하는 사이에서도 돌아서며 외롭고,  실연해서 외롭고,  떠난 연인을 기다리며 바라보는 전화 응답기도 외롭다. 
80여 쪽이 겨우 넘는 책을 덮고 한참을 들여다 본다. 

여자친구와 하는 이야기와, 남자친구와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서로의 관심사에 맞추다 보면 이야기 소재도 주제도 달라지기 때문일까. 
엄마들이 모이면 남편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다. 
남자들이 많이 모이면 스포츠 이야기와 여자 이야기를 한다. 
독서모임에 가면 책이야기를 한다. 
미혼인 아가씨들이 모이면, 영화이야기,  취미활동, 다이어트, 결혼을 이야기한다.
이성친구를 만나면 무슨 이야길 하지?
가끔 허공에다 대고 말을 하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다. 
돌아오는 메아리조차 희미해서 말문이 막힐때가 있다. 

본문에도 그런 느낌의 글이 있어 적어본다. 

  우리의 행복은 우주처럼 한이 없었다.  우리는 그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큰 소리로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알리지?
우리 친구들 가운데 그 행복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알고 그것의 찬양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우리는 그 행복을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으로 형상해 보기로 했다.  나는 우리의 행복을 주제로 몇 쪽에 달하는 글을 썼다. 
그녀는 그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에,  로르는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나를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는 크나큰 의혹을 품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p36

한가지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작가가 말하는 감정의 저울질이 필요 없는 참으로 무던한 사람과 담백하게 살고 있다는 거다. 
가을에 읽으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실연의 아픔은 홀로 견뎌야 한다.  하지만 집 안에 틀어박힐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자기가 혼자라는 느낌을 더욱 뼈저리게 실감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페이지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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