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7시 아침 뉴스 채널을 맞춰 두고 칫솔에 치약 가득 묻힌채,  뉴스를 볼때가 많다. 
그나마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랄까.

밤사이, 아니면 전날 있었던 사건 사고는 왜 그리도 많은지...
회사에 출근해서 포털사이트 열고 보면 온 세상이 보인다. 
연예인이 어쩌구,  주식이 어쩌구,  내가 좋아하는 야구 경기 결과도 나오고,  별반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정치인 동향까지..
또, 어김없이 사건 사고들....

삼국지를 보면서,  역사서를 보면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들 하는데,  
이 책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에 나오는 인간의 잔인한 욕망에 관한 172가지 에피소드들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싶다. 

나는 슬프고, 무시무시하고, 잔혹하고, 위험한... 소름끼치고 등골 오싹한 것들이 싫다. 
드라마도 눈물 많고, 억울한,  질질 짜는 스토리를 싫어한다. 
전설의 고향,  에어리언류의 괴물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어차피 눈가리고 절반만 보기에 제껴두는 터다. 

이 책의 저자 기류 마사오는 슬플 정도로 외골수적인 사랑, 죽음까지 뛰어넘는 사랑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랑과 잔혹, 죽음에 매달리고 ’사랑’ 그리고 ’잔혹’이란 키워드를 사용하여 때로는 독자를 흥분시키고, 때로는 공포로 몰아 넣으며 때로는 도취의 세계로 이끈다는 역자의 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마음속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작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나 조차도 싫다 하면서 호기심을 못 눌러고 이 책을 펼쳐 흥미롭게 읽은걸 보면....

이 책의 구성을 들여다 보자.

제 1장 잔혹하고 무자비한 사람들
법률, 재판, 제도, 처형, 마녀사냥, 나치, 구 소련이 키워드다.
글들중 마녀사냥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마녀 사냥이 유럽을 휩쓸던 때에 살아있는 사형수를 기둥에 묶어 장작에 불을 지펴 연기와 살이 타는 악취와, 불길에 휩싸인 사형수의 절규와 구경꾼들이 아우성치는 화형이 경사스런 날의 축하행사였다는 말이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것은 마녀 사냥의 원인중 하나가 재산몰수 때문이라니 기가 막힌다. 

현대는 불에 태우는 화형은 없다 하더라도,  사람 하나를 구석으로 몰아치는 언론과 보이지 않는 네티즌이란 이름으로 마녀사냥식 횡포는 여전히 존재 하는것 같다.  아니면 말고식의 언론이 주는 상처는 한 개인을 죽음으로도 내몰수 있는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인간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KGB훈련 부분이다. 
암살 전문 스파이의 경우 어떤 폭력이나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봐도 정신적으로 견딜수 있어야 하기에 가혹한 훈련을 받는데,
처음엔 대부분의 후보생들이 구토를 참지 못하고, 실신하기 직전에 이르다가도 되풀이 되는 훈련을 거치고 나면,  아무 감정도 없이 보고 행할수 있게 된다니 익숙함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제 2장 역사를 화려하게 뒤흔든 사람들
악녀, 폭군, 특별한사람들, 사형집행인이 키워드다. 
이 장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류의 이야기들이 있다는걸 새삼 느낀다.
미녀의 웃음에 목숨을 건 유왕편의 중국 서주의 유왕은 희대의 미녀 포사의 웃음을 보기 위해 국가의 위급을 알리는 봉화를 올려 포사의 미소를 보고 기뻐하다가 백성들의 신망을 잃고,  실정으로 반기를 드는 세력이 생겨 봉화를 올려도 제후들이 장난으로 여겨 결국은 죽음을 당한 사연은 동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과 닮았다. 

범종에 숨어 있는 소녀의 효심편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의생해 용광로에 몸을 던진 소녀의 효심은 우리나라 에밀레 범종의 전설과 닮아 안타까움이 더한다. 

제 3장 성과 사랑의 비밀을 추구한 사람들
결혼, 할례, 거세, 비밀결사, 에로틱한 물건들, 사디즘.마조히즘, 사체, 롤리타 콤플렉스, 사랑의 사건열전, 지옥실이 키워드이다. 
이 장에서 특히 섬뜩했던 것은 채찍질 애호자의 섬뜩한 고백 부분이다. 

피아노의 거장이며 작곡가인 호주출신 퍼시 그레인저는 애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아이가 자라서 세상을 이해할 때까지 그들을 채찍으로 때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세상을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너희들한테 부탁할 게 있어. 아빠가 너희들을 채찍으로 때리고 싶구나.  그러면 아주 기분이 좋거든,  아마 너희는 싫다고 하겠지만 채찍으로 때린 다음에는 특히 다정하게 대해주마.’ 그러면 아이들도 채찍으로 때리게 해주지 않을까요? 나는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낳고 싶습니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에 상처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또 딸들이 성에 눈뜨면 나는 그 애들과 더불어 성을 즐기고 싶습니다.  나는 아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딸과 에로틱한 경험을 나눌 순간을 늘 꿈꾸고 있습니다."  정신 이상자다. 그러나 이 또한 인터넷 뉴스에서 심심찮게 접하는게 현실이다. 

제 4장 불가사의하게 살아간 사람들
독, 죽음, 민간요법, 부끄러움, 인육, 전쟁, 장미, 패션, 유행, 비밀클럽, 기묘한 비즈니스가 키워드다. 
이장에서 인상깊은 것은 단두대 장난감을 협오한 괴테의 어머니 부분이다.
 공포정치가 끝난 파리에서는 단두대가 유행을 선도했다. 
극장에서는 사랑의 단두대가 인기를 구가하고, 상점에서는 미니어처 단두대가 장식용으로 전시되고, 가정의 식탁에서도 필수품으로 등장애 빵, 과일, 과자를 자르고, 인형의 목을 잘라 붉은색 레드 와인 향수를 손수건에 묻혀 즐기고,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단두대가 장난감으로 유행했다. 
괴테도 어머니에게 아들의 단두대 장난감을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말한다. 
"다들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구나.  아이들에게 그렇게 끔찍한 장난감을 사주고, 살인이나 유혈을 장난처럼 생각하게 만들다니!   난 그들의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공포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와 같은 사람이 있었음이 참 다행스럽다 여긴다. 

마지막으로 유럽을 뒤흔든 자살 클럽 부분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없는 자들이 카드를 뽑아 회원들 중에서 자살자를 정하고 뽑힌이는 그날 안으로 자살해야 했다. 
한 헝가리 청년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클럽에 가입했지만, 인생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어 탈퇴를 원했지만, 벗어날수 없었던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고, 어리석은 결정을 한 그가 안타깝다. 

가끔 연애인들의 자살소식이 인터넷을 달군다.  인기를 구가하다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하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죽음을 선택한 그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또 그들을 모방하여 자살하는 이들이 생기는 현실이 무섭기도 하다.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책 표지에서 말하는 섬뜩한 흥분과 공포 속에서 그 기묘한 잔혹함에 매료되지는 않는다.  
다만,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할 줄 아는 것에 소중함을 느낀다.   

사랑, 잔혹, 욕망, 인간, 기류마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