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라고하면 우리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모른다고하면, 챙피하지..

하지만 이 분이 장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저 '의사'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은 2009년 안중근 장군이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서거한지 100년이 되는 해 였다. 이를 기념하여 각종 기념회가 있었고 재조명도 많이 되었다. 이 책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이미 3년이 지난 이제서야 이 책을 접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이 책을 꼭 접하기를 바란다.

 

안중근 장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군 장교였다. 포로들을 쉽사리 놓아주는 바람에 독립군은 습격을 받아 홀로 살아남았다. 그 죄책감도 있었을 터, 단 한번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원하여 저격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다시피 그를 저격하는데 성공하고 붙잡혔다. 그는 법정에서 본인을 개인이 아닌 포로로 다뤄줄 것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대외적으로 이 사건이 대한민국 조직적으로 기획한 일이 아니라 개인이 저지른 일로 나타내기 위해 덮어버렸다. 장군과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본인이 처형당할 것도 알았고 이에대해 두려움 없이 그저 당당하게(?) 맞이했다. 그렇다 그는 영웅이었다. 굴욕적인 모습 하나 보이지 않았고 의연히 대처했다. 그의 어머니도....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의 아내와 아들의 이야기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아들과 아내의 이야기. 안중근이라는 영웅의 아들이기 때문에 아들은 그리고 가족은 일본의 삼엄한 감시와 경계 속에 살아야만 했다. 평범하게 살 자유를 박탈당한(물론 시대적으로 평범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아들. 형은 누군가에 의해 독살 당했고... 본인은 직업 하나 변변하게 갖기 어려웠다. 김구와 임시 정부에 의해 상해로 옮겨져 그들의 보호를 받는 동안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임시정부도 위태로운 상태에서 그는 또 버려졌다. 물론 상황상 가족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여력은 아니었지만, 또 버림받은 심정은 참담했을 것이다. 일본의 감시와 괴롭힘은 엄청났으니...

 

사기를 당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누군가에 의해 조선으로 따라갔더니 그곳엔 이토히로부미 아들과 당시 조선총독이 눈앞에 있었다. 목숨을 협박하며 변절자가 될 것을 요구했다. 영웅이라면 의연히 죽음을 선택했겠지만 영웅의 아들이라고 자식도 무조건 영웅일 수는 없는 법. 그는 자신과 가족을 먼저 고려했다. 그리고 안중근 거사 30년만에 사죄 퍼포먼스를 했다. 일본에게 이용당했다. 목숨을 담보로.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 마음 다 표현하기 어려웠을 터. 하지만 그는 대신 돈과 가족의 안위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변절자인 영웅의 아들. 배후 사정을 모르고 본다면 정말 나쁜 사람으로 욕을 먹겠지.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마냥 손가락질 할 사람은 아니더라. 그 아들이 누가 되었든 간에... 그렇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힘 없음을 탓할 밖에.. 가족의 입장에서, 할아버지(안중근)는 나라를 위해 몸바친 사람이고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몸바친 사람. 무엇을 틀리고 맞다 결론 낼 수 있단 말인가.

아픈 우리의 역사를 이제야 와서 마주한다는 것 자체도 참 부끄러운 일이다. 어찌되었던 간에 이런 이야기를 한쪽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