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 땅이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다. 이 책에 의하면 정말 땅이 우리를 이끌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우리가 건드려도 좋은 혈자리는 다시 기운을 되돌려 우리를 위한다고 하지 않던가. 참, 나쁜 맘을 품은 사람도 혈자리만 잘 쓰면 복을 받는 부분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남의 명당을 빼앗고, 살기 위해 했다고는 하나 일본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면서도 그들을 돕고, 남에게 사기치고, 우리 민족의 유물을 어차피 제대로 쓰지도 못한다는 미명하에 거저 얻듯하여 일본인에게 장사하는 조풍수 집안의 둘째 조영수를 그렇게 일이 잘 풀리도록 도와준다는 것은 (물론 땅의 기운이 도왔다는 가정하에서이지만) 어찌보면 어떻게 살든 땅의 기운만 잘 활용하면 된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스승 진태을의 뜻대로 사랑하던 여인을 가슴에 품고 정말 자신과 집안을 위할 만한 여인을 아내로 얻어 좋은 날 합방으로 자식까지 얻은 득량은 스승의 권유로 다시 팔도 혈자리 유람을 떠난다. 물론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제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그저 더 많은 공부를 시키고자 하는 스승의 애닮은 맘은 정말 안타까웠다. 동생의 공부를 물심양면으로 돕기 위해 이번엔 자동차와 기사까지 대어준 형 덕분에 연로하신 스승을 좀 더 편히 모셨고, 더 많은 땅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득량에겐 복이었으리라. 

  스승과 같이 유람하며 여러 도인들도 만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운 득량은 갑자기 자신으 고향으로 향하자는 스승을 따라와 스승의 고향 근처인 대산면 대곡리의 봉황대에서  스승의 마지막을 지킨다. 얼마나 놀랐을까? 그리도 정정하게 같이 산하를 돌던 스승님이 갑자기 몸이 쇠해지셨고, 고향으로 돌아와 "그 도를 다하고 죽는 자는 정명이요, 형벌로 죽는 자는 정명이 아니다"라는 말씀으로 생을 마감하셨으니 말이다. 다 배우지도, 한반도를 다 돌지도 못한채 스승을 잃은 득량의 마음을 내가 어찌 헤아리랴. 

  이 세상은 정말 선한 이들이 복을 받을 수 있을까? 악한 이들은 잘 살더라도 꼭 댓가는 치룰 수 있을까? 조영수가 둘째 부인을 얻어 낳은 자식들과 본 부인 사이의 자식들 간에 일어날 재산 싸움이 조영수에게는 벌일까? 그렇다면 득량에게는 어떤 복이 내릴까? 복을 받을만큼 선한 일이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을까? 어찌보면 손자인 윤서가 타국 땅에서  죽은 것이 그에게 큰 벌일 수도 있을텐데...

  이 책을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읽었더니 읽으면서 받았던 감동이 흐릿해지는 것 같다. 마지막 남은 5권은 빨리 읽어야겠다. 사실 엘빈이 세우고자 하는 낙원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도 궁금하고 특히, 득량이 스승을 보내고 어떻게 세월을 보내고, 공부를 했는지가 많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