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나서면 보이는 것이 나무요, 어디를 가도 보이는 것이 나무다. 물론 가로수는 두말 할 것도 없고, 동네 학교 교정을 가도 개나리부터 커다란 은행나무까지. 하지만 정말 제대로 된 나무를 보려면 역시 숲을 가야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숲에 있는 나무 보다는 우리를 지켜주는 성낭당 같은 나무들이 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소나무, 향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가 주로 우리를 지켜주는 나무인 것 같다. 물론 소나무와 향나무는 선비들이 선호하는 나무라 많이 심어졌으리라. 그런데 정말 놀라운 사실은 어떻게 그 오랜 세월 이렇게까지 목숨을 연명하고 살 수 있었을까다. 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이 몇 번인데, 정말 백성이 거의 다 죽고, 끌려가고, 초토화 된 전쟁이 얼마인데. 하다못해 6.25전쟁처럼 그 많은 포탄이 쏟아진 전쟁도 있었는데. 하늘에서 폭탄을 투하하면 보이는 것이 없어 아무곳에나 떨어졌을 그 포탄들을 피해 이렇게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책을 한참 읽다가 혼잣말처럼 이런 생각을 중얼거렸더니 딸아이 말이 "오랫동안 살아온 영험한 나무인데 자신 몸 하나 건사 못했겠어요? 아무 떨어지던 포탄도 피해갔을 거예요." 란다. 어찌 생각하면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예전에 본 TV드라마가 생각났다. 좀 신비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극화해 방영된 프로그램인데, 이사간 집 앞마당의 나무가 너무 커서 이층 창문까지 가릴 정도가 되자 주인이 그 나무를 베어버렸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죽은 것이다.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던 중 딸이 집에 잠깐 들렀는데 지나가던 스님께서 집의 나무를 베었기 때문에 그런일이 벌어진 거라며 얼른 나무를 위해 제를 지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우환이 있을거라면서. 그 말을 들은 딸은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얼른 제사상을 차려 나무를 위해 정성을 다 했고, 그 이후로 집안이 평온해 졌다는 이야기였다.

 

  이 책에 나온 몇 백년, 천년이 넘은 나무들의 이야기를 보면 스님의 지팡이가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정인을 위해, 부모를 위해, 자식을 위해, 기타 여러가지를 기념하기 위해 심어진 것들이 많다. 그런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그 사연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잘 자라고, 잘 보호되고, 제대로 후손에게 물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굵은 나무밑둥이나 정말 기이하게 뻗은 가지들, 끝을 보려면 거의 눕다시피 해야하는 나무들의 사진을 보며 사진만으로도 그 영험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더구나 그 나무만이 아니라 근처 가볼만 한 곳까지, 가는 길까지 소개가 되어 있어 아주 좋았다. 물론 책이 씌여진 때가 2007년이라 그 동안 바뀐 길도 많겠지만 그래도 찾아가는 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찾기 힘든 나무들은...

 

  내 기억에 처음 본 아름드리(?) 나무는 용문사 은행나무였다. 그 이후로 어지간한 나무는 그냥 '응~' 하고 넘어갔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나라처럼 땅도 크지 않은 나라에 정말 오래된 나무들, 큰 나무들, 영험한 나무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산도 많고, 구릉도 많고, 묘지도 여기저기에 많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심지어 집 앞에까지 그렇게 큰 나무들을 심어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일부러 이 나무들을 찾아 다니기는 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 근처에 갈 일이 있을 때 겸사겸사 들러 볼 수는 있으리라. 사람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닌 것 처럼 소나무도 다 같은 소나무가 아니리라. 자란 모습이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다른 그 나무들을 정말 다른 느낌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잦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