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너무 놀랐다. 나의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부모의 역할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교보문고에 다녀온 큰 아이가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적어왔다며 구매해 달라고 내민 책이다.  고 2라는 위치가 공부에 매달려 살아야할 위치라는 것은 알지만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와 색다른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없는 아이의 형편을 생각해 공부에 유용한 책도 좋지만 이렇게 자신들고 비슷한 위치의 아이가 쓴 글도 읽어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아무소리 않고 사 주었다. 역시 또래 아이의 글이다보니 하루만에 다 읽고 나서 엄마 한 번 읽어 보시라며 놓고 나갔다.

  읽던 책을 끝내고 집어든 이 책. 나도 하루만에 끝냈다.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린이의 친엄마의 행동을 보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그릇된 행동에 화가 많이 날 때 내가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 말에 예린이와 똑같은 충격을 받았을 내 아이들이 생각났다. 정말 많이 미안했다. 내가 나보다 많이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것은 아닌지, 나와 같은, 어른 같은 생각을 하고 행동해 주길 너무 바란 것은 아닌지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 부부가 이혼을 한다면 내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사실 나도 그런 말을 했었다. 이혼 한다면 너희들 안 키운다고. 아빠를 더 좋아하니 아빠랑 살라고. 너희 때문에 속 썩은 것 생각하면 먹고 살기 위해 아둥바둥 하면서 말 안듣는 너희들 뒷바라지까진 힘들 것 같다고. 엄마가 눈 앞에 있는데도 이렇게 맘에 안들게 행동하는데 직장 다니며 제대로 봐 주지 못하면 오죽하겠냐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이들 가슴에 비수를 많이 꽂은 것 같아 정말 가슴이 계속 아팠다. 

  책을 다 읽고 큰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처음 시작을 앞에 적은 글로 했더니 씩 웃으며 그래서 엄마 읽으시라고 가져다 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린이 계모처러 해 주지 않아서 고맙단다. 사실 어렸을 때 부터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는데 경제적으로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는 엄마가 원하는 것의 1/10도 해주지 않아 참 미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니 참 쓸데없는 것을 많이 원했고, 그걸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마를 많이 미워했던 것 같단다. "우리딸 철들었네."라는 말에 "그럼요, 그방면으로는 철들었어요. 엄마 덕분에 절제와 자제, 자립심이 많이 컸으니까요." 라며 싱긋이 웃어주었다.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가 "나만 외톨이네." 라며 투덜거리자 큰 애는 "너에게도 필독 도서야. 처음엔 엄마랑 똑같다며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뒤로 갈수록 엄마께 감사하게 생각하게 될 거야." 라는 말로 책을 권했다.

  사실 예린이의 아빠가 엄마와 이혼 후 새 엄마를 들였는데 그 새엄마가 예린이와 동갑내기 딸과 같이 들어와 앞에서는 예린이를 위하는 척하며 뒤로는 예린이 아빠의 치과병원을 본인의 딸 채아에게 물려주게 하기 위해 채아를 열심히 공부 시키고, 새 아빠의 맘에 들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 왔던 것이다. 예린이가 집을 나가도, 들어오지 않아도, 나쁜 짓(새엄마 화장품을 몰래 쓴다던가, 돈을 훔친다던가, 술과 담배를 하건, 깡패들과 어울린는 등등)을 해도, 크게 혼내거나 뭐라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신의 친딸이 새 아빠의 전부가 되게 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 왔던 것이다. 그 행동 중에  예린이가 원하는 것은 다 사주고, 원하는 돈은 다 주는 장면이 여러번 나왔기에 동생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즉, 예쁜 놈 매 한대 더 때려야 인간 된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물론 부모가 이혼했다고, 새엄마가 들어왔다고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무관심이, 이기심이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생각은 ...  다시 한 번 내 아이들을 돌아보게 된다. 어린 작가의 훌륭한 글솜씨에 감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