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웬지 여유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항상 뭔가에 쫓기듯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유를 여유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무료함으로 느끼는 것 같다. 

  솔직히 학창 시절은 그런대로 잘 지냈다. 좋은 친구들과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성적, 원만한 학교 생활들이었다. 또한 아주 만족스러운 종교 활동까지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러다 집안 형편상 직장에 취직하면서 나의 여유는 조금씩 사라졌던 것 같다. (나의 생활임에도 남 이야기 하듯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은행이라는 곳이 4시 30분에 문 닫으면 끝인 줄 알고 입사 했는데 그 이후로 진짜 일이 시작되었다. 더구나 내가 다닐 때는 전산이 개발되는 중이었기에 결산 한 번 하면 택시를 타야 할 정도로 늦게 끝났었다. 더구나 돈을 만지는 직업이다 보니 꼼꼼해야 함은 물론이요, 내가 잘못하면 남들도 퇴근을 못하는터라 더 타이트하게 모든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혈액형 A형의 제대로된 성격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문제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그 성격이나 생활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는 생각이 새록새록하다는 것이다. 요즘 경쟁이 너무 심해지다 보니 내가 나태해지면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또 우리 엄마가 조금만 더 나를 챙겨줬더라면 더 나은 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내가 갖추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해 주고, 나의 계획에 아이들이 따라주길 바라다 보니 더 여유없는 삶이 되고 말았다. 더불어 아이들까지도... 항상 계획표를 짜 놓고 그대로 해 왔고, 아이들도 그대로 따라주길 바랬기에 마찰도 많았었다. 더구나 학원을 보내지 않고 나의 계획대로 집에서 가르치고 지도하다보니 여유가 더 없었고, 마찰도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러다 큰 아이가 정말 여유가 없는 고등학생이 되어 정말 빡빡한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을 보니 내가 너무 아이를 몰아부쳤구나 (오죽하면 저런 생활을 아무탈 없이 저렇게 잘 적응할까)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아이들에게만 매달려 나만의 여유있는 삶을 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었다. 읽다보니 정말 나에게 필요한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언제부턴가 나의 마음속에서 자꾸 들려왔던 말들, "제발 이렇게 살지 말아라." 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맘 속에 담고 싶은 말들을 밑줄 그어가며 읽다보니 차츰 여유로와지는 내 맘을 알 수 있었다. 그 맘이 실천으로 옮겨지길 바랄 뿐이었다. 

  엄마인 내가 여유로워야 내 아이들이 여유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이 책에 감사할 뿐이다. 참, 그러고보니 막내만 혜택을 받을 것 같다. 큰 아이는 고2라 내가 여유를 찾아도 자신이 힘들 때니까. 성깔있는 막내를 여유 속에서 잘 클 수 있게 키워야 겠다.



평정심, 너그러움, 자유